'美 FDA가 들었다 놨다'…메지온과 케어젠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입력 2022-03-26 09:21   수정 2022-03-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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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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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25일 주간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된 종목은 메지온입니다. 5거래일 만에 주가가 14만7000원에서 7만5600원으로 반토막(48.6%) 났습니다.

메지온은 선천성 심장기형 수술(폰탄수술) 환자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신약 '유데나필'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혈관을 넓혀줘 운동 능력을 개선시켜주죠. 발기부전 치료제의 성분으로도 쓰이는 물질입니다.

메지온은 유데나필로 작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1년여가 지난 21일 메지온은 유데나필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의 통계적 유의성이 낮다는 점을 FDA가 지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데나필 신약 승인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메지온이 이날 개장 전 이 같은 소식을 홈페이지에 알렸고,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로 직행했습니다.

메지온이 이튿날인 22일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 총력 방어에 나섰지만 주가는 그날도 18.4% 하락했습니다. 25일 메지온은 결국 미국 FDA에 제출한 신약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습니다.

메지온 주가는 한때 최고 25만원까지 갔던 종목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데나필 승인 기대에 주가가 20만원을 웃돌았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FDA의 결정이 그다지 전격적인 건 아니었기 때문이죠.

일단 유데나필은 품목 허가를 위한 최종 관문인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Primary Endpoint)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유데나필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사실은 메지온이 신약 허가 신청을 하기 전인 2019년에 이미 공개가 됐던 사안입니다.

1차 평가변수는 신약 개발사가 가장 핵심적으로 입증해보이고자 하는 후보물질의 효능을 의미합니다. 1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했다는 건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효능을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그런데도 메지온은 2차 평가변수를 내세워 FDA 허가 신청을 강행했습니다. 신약 개발 성공 기대감을 접지 않은 것이죠. 한 임상 전문가는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는데 신약 허가 신청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메지온은 FDA의 지적에 "매우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금까지 FDA가 수차례 회의에서 유데나필에 대해 보여온 입장과 너무 다르다는 겁니다.

회사 측은 "그동안 우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에 호의적이었던 FDA가 (이제 와서) 규정을 강조하는 자세는 혼란스럽다"고 했습니다.

메지온이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은 것은 단순히 유데나필 허가 좌절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메지온의 가장 큰 리스크는 유데나필 외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보통 파이프라인을 다수 마련해 놓고 위험 헤지를 하기 마련인데, 메지온은 사실상 수년간 유데나필 올인 전략을 폈습니다. 올인하다시피 한 파이프라인이 FDA 승인에 실패하니 주가가 급락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메지온 측은 "신약 승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검증 임상만 남았고, 대형 제약사(빅파마)와의 협력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시 위험 감수를 할 지는 투자자 몫입니다.


1주일 동안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케어젠입니다. 주당 5만4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약 38.9% 상승했습니다.

케어젠은 펩타이드 조합을 활용해 각종 치료제와 건강기능식품, 미용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작년 매출 591억원, 영업이익 282억원의 실적을 거둬들인 탄탄한 회사입니다. 영업이익률이 50% 수준입니다.

이 회사 주가 상승은 지난 22일 나온 '디글루스테롤(Deglusterol)'의 미국 FDA 신규 건강기능식품원료(NDI) 승인 영향으로 보입니다.

케어젠 주가는 연초 크게 하락했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매출 비중이 10%가 넘는 탓에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했습니다. 참고로 케어젠 연간 매출의 94%가 해외 수출로 발생합니다.

디글루스테롤 NDI 승인이 케어젠의 주가를 단번에 작년 9월 전고점(8만300원) 부근까지 올려놓았습니다.

NDI 승인을 받은 디글루스테롤은 혈당 조절 기능성 식품원료입니다. 합성 펩타이드 원료가 FDA의 NDI 허가를 받긴 처음이라고 합니다.

케어젠은 디글루스테롤 생산을 위한 화성공장도 작년에 지어놨습니다. 이번 FDA 승인으로 디글루스테롤이 확실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케어젠 브랜드를 출시해 3분기부터 매출을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NDI 인증을 받은 만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에서의 등록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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