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될라…임명직 한계에 대통령 뜻 이행하는 '관리형' 그쳐

입력 2022-04-03 18:26   수정 2022-04-04 01:26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가 내정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책임총리제’ 실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여러 정권이 책임총리제를 표방했지만 대통령 임명직이란 한계 등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책임총리제는 총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체계다. 헌법에 명시된 총리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헌법 87조에 나온 국무위원(장관) 제청권과 해임건의권, 통할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총리에게 분산하는 만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일 제도로 각 정권에서 꾸준히 거론돼왔다.

윤 당선인도 이런 이유로 책임총리제를 비롯해 책임장관제 도입과 수석비서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청와대 통제에서 벗어나 각 부처가 자율성을 갖고 정책을 수립·시행하라는 취지에서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청와대가 부처 위에 군림해 권력을 독점하면서 국가적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미래 준비에 소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책임총리제의 성공 사례는 드물다. 대통령 임명직이란 제도적 한계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총리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 보니 총리가 대통령 뜻에 거스르는 행위를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회창 총리는 책임총리를 표방했지만 취임 4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안건을 놓고 김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책임총리를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홍원 전 총리와 황교안 전 총리 모두 대통령 뜻을 이행하는 ‘관리형 총리’에 그쳤다.

책임총리를 구현한 사례는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전 총리와 노무현 정부 때 이해찬 전 총리 정도가 꼽힌다. 다만 김 전 총리는 DJP연합이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 때문에 총리로서 권한을 적극 행사했다. 이 전 총리도 여당 내 총리라는 점에서 책임총리 역할이 가능했다.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이 없다면 책임총리제가 허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책임총리제 실현을 위해선 무엇보다 대통령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새로운 법과 제도 등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미 헌법에 나와 있는 총리 권한을 보장하면 그것이 책임총리제를 시행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헌법상의 총리 권한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무회의 심의·의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동안 주요 정책 결정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심으로 이뤄진 측면이 적지 않다”며 “국무회의 심의 기능을 복원해 총리와 장관들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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