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세기구 사무차장에 한국인 첫 도전

입력 2022-04-04 17:47   수정 2022-04-05 00:22

“세계관세기구(WCO)가 국제 무역에 이용되는 HS코드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관세 부담이 수백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습니다. WCO 사무차장이 돼 기업들과의 접점을 늘리면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될 겁니다.”

한국인 최초로 WCO 사무차장 선거에 출마한 강태일 WCO 능력배양국장(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제품 출현에 따른 국제 분쟁에서 기업이 무역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HS코드는 상품에 부여하는 무역코드다. 부여된 코드에 따라 책정된 관세율로 세금이 매겨진다. 그런데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면 국가별로 서로 다른 HS코드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관세율이 높은 쪽으로 품목을 분류하는 것이다. 이에 기업이 반발하면 WCO가 분쟁 조정 과정을 거쳐 해당 제품의 국제 기준 HS코드를 부여한다. 강 국장은 “앞서 삼성전자가 만든 갤럭시탭은 휴대폰(관세율 4%)이 아니라 컴퓨터(0%)로 분류돼 관세를 물지 않게 됐다”며 “사무차장이 되면 이런 (관세 관련) 분쟁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데이터 기반 관세행정을 개발도상국 등에 보급하는 일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 국장은 “전산화가 완료된 한국과 달리 개도국은 여전히 손으로 관세 장부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이 사용하고 있는 전산 시스템인 유니패스를 개도국에 보급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세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7회로 대전세관장, 인천세관 수출입통관국장, 관세청 정보협력국장을 지낸 관세 전문가다. 2019년 한국인 최초로 WCO 고위직(능력배양국장)에 선출돼 4년째 WCO에서 일하고 있다. 관세청은 강 국장이 WCO 능력배양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추진한 정책들이 회원국의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국장은 공식언어 외 다른 언어 사용국가에 통번역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랭귀지 펀드’를 증액하고, 데이터분석 활용을 위한 인공지능 분석기법과 가상현실(VR)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WCO는 184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관세 관련 국제기구다. 관세 국제협약 개정·신설, 과세가격 평가방법·품목분류 결정, 불법부정무역 단속 공조 등을 담당한다. 각국 관세청과 수출입기업 등 무역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구 중 하나로 여겨진다.

사무차장은 사무총장에 이은 WCO 2인자로 꼽힌다. 총회, 정책위원회 등 세계관세기구의 최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미래발전전략 등 주요 정책을 기획하며 각국 관세당국 및 다른 국제기구 최고위급 인사와 교류하는 핵심 직위다. 강 국장은 “사무차장에 선출되면 경험을 쌓은 후 사무총장에 도전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WCO를 이끌고 있는 쿠니오 미쿠리야 WCO 사무총장도 사무차장을 거쳐 총장에 올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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