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도 명함 못 내민다"…없어서 못 파는 '대박템' 된 사업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2-04-28 09:22   수정 2022-04-28 17:55


국내 골프채 시장이 골프존커머스(브랜드명 골프존마켓)와 AK무역(브랜드명 AK골프)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신세계, 쿠팡 등 온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조차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골프채 유통이 전형적인 생존자(生存者) 독식 시장이 됐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진율이 워낙 낮은 데다 병행수입자들이 난립한 탓에 유통 대기업들이 손을 뗀 사이에, 끝까지 버틴 업체들이 골프 열풍의 과실을 얻고 있다.
실적 잔치 벌인 골프채 유통업체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골프존커머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66억원, 21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43%, 131%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AK무역 역시 지난해 매출 1823억원에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58%, 97%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국내 총판 업체들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브릿지스톤을 독점 수입하는 석교상사의 작년 영업이익은 108억원으로 전년(25억원) 대비 4배가량 급증했다. 매출은 6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 늘어났다. GS그룹 계열로 핑의 총판사인 삼양인터내셔날은 주요 수입품 중 골프용품 부문이 효자 역할을 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 오른 224억원을 기록했다.

골프 유통업체들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핵심 요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클럽 등 골프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서다. 선불을 내더라도 2~3개월 기다려야 인기 제품을 받을 수 있는 터라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권장 소비자가격(價)’이 실제 판매 가격으로 통용되고 있다. 유통업체로선 이익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마진율 낮아 대형 유통사들 진입 꺼린 시장
골프존마켓과 AK골프가 골프채 유통을 장악할 수 있게 된 데엔 끈기와 우연이 동시에 작용한 덕분이다. 골프존마켓만 해도 2015년 3월 신설법인으로 출범했을 당시 매출이 870억원 매출에 순손실(6억원)을 내던 골칫거리였다. 김영찬 골프존그룹 회장이 스크린골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회사’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내팀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냈지만,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줄곧 험로를 걸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용품 유통은 이익률이 매우 낮아 골프존에도 골치가 아팠던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2019년 1%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7%로 급상승했다. 매출액도 2020년 처음으로 2000억원 고지를 밟은 데 이어 작년엔 단숨에 3000억원대로 진입했다. 백화점 중 유일하게 매장 임대가 아닌 직접 물품을 사입해 판매하는 신세계의 연간 취급 규모가 3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존마켓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AK골프의 반전은 더 극적이다. 백화점 골프 담당 바이어는 “골프채 등 스포츠 용품 병행수입을 주로 하던 노희창 대표(AK무역의 1인 주주)는 한때 폐업 위기까지 겪다가 롯데백화점에 매장을 열면서 기사회생했다”고 말했다.

골프채 유통의 양강 구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바잉 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골프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골프채 시장은 공급은 급감하는데 수요는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미즈노 등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에 공급하는 수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골프존마켓과 AK골프가 최대한 물건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전국에 난립해 있는 400~500여 곳의 매장들이 나누어 먹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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