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 또는 정권 재창출 실패 때 지지율이 바닥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6%까지 떨어졌고, 김대중 대통령도 재임 마지막 해 24%로 바닥을 찍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한 예외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임기 한 달을 남겨놓고도 지지율이 50%에 육박한다. 집값과 세금 폭등, 일자리난, 코로나 대응 실패, 재정 파탄, 탈원전 재앙 등 온갖 악재가 쌓이고 쌓여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 출신이 야당 대선 후보로 변신해 ‘ABM’(Anything But Moon·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구호로 당선됐는데도 말이다.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2년 전 새우잡이 어선 선장 한 명이 아프리카에서 피랍됐다가 37일 만에 풀려났을 때였다. 문 대통령은 직접 이 소식을 전하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정부의 첫 번째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해 광복절 축사에서는 “대한민국은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한 달 후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 총에 목숨을 잃었는데도 대통령은 안면을 싹 바꿨다. 고인의 고등학생 아들이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알아봐달라고 호소하자 편지를 보내 ‘알아보겠다’고 약속했지만 561일째 장례식도 못 치르고 있는 가족들을 외면하고 있다.
하긴, 이 정부 5년 동안 힘들었던 국민이 어디 이들뿐이랴. 집값 폭등으로 밀려난 전·월세 난민들과 탈원전으로 극한의 고난을 견뎌야 했던 관련 기업 임직원, 이른바 ‘소주성’ 때문에 고통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이념 갈라치기에 넌더리가 난 소시민들도 문 대통령을 지지할 리 없다. 일부 입바른 정치인이 ‘퇴임 반성문’ 운운하지만 청와대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 미사여구로 가득 찼던 5년 전 취임사는 결국 빛바랜 허언으로 남고 말았다. 윤석열 차기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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