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안 팔길 잘했네"…'그룹 골칫거리'였던 회사의 반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4-07 15:33   수정 2022-04-08 12:11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누적으로 5조7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회사채 투자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리는 등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모그룹에 자금지원을 받으며 유동성 위기를 근근이 버텼다. "매각하지 못해 아쉽다"는 아픈 발언이 그룹사 경영진들 사이서 나온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알짜 수주' 행진을 이어가면서 내년 흑자전환을 예고했다. 9년 만에 흑자전환을 바탕으로 부활의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연간 영업손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10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내년에는 1861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누적으로 5조565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손실 예상치까지 합치면 8년 동안 5조7754억원 규모의 누적 영업손실을 내는 것이다. 2015년부터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삼성중공업에 맡긴 해양플랜트 인도 시점을 늦추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었다. 지독한 '수주가뭄'도 겹치면서 몸살을 앓았다.

유상증자 형태로 모그룹에 자금지원을 세 차례나 받으면서 '유동성 보릿고개'를 겨우 넘겼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11월(1조1409억원)과 2018년 4월(1조4088억원), 2021년 11월(1조1000억원)에 이어 세 차례에 걸쳐 3조7000억원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전기 삼성SDI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와 일반주주로부터 수혈받았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 자금을 조달하면서 그룹의 '골칫거리'라는 인식이 번졌다. 삼성중공업을 바라보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주들의 눈길도 싸늘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2014년 삼성그룹이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 과정에 삼성중공업도 얹어서 매각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때 처분하지 못한 것을 삼성그룹 경영진들이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후문이 지금도 파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은 급반전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에 80척, 122억달러(14조8071억원) 규모의 수주를 기록했다. 작년 목표치(91억달러·11조446억원)에 34%를 초과 달성한 실적이다. 치솟는 선가에 선사들의 발주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면서 2024년 상반기까지 향후 2년반치 일감을 확보했다. '골칫거리'로 남은 드릴십 1척도 작년 매각에 성공하며 3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올들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과 컨테이너선 9척을 수주하면서 올해 목표인 88억달러의 22.7%를 달성했다.

하지만 조선사들이 수주받아 건조한 선박을 인도하는 시점까지 통상 2년6개월여 가량이 걸린다. 수주 선박들이 실적에 반영되는 기간이 적잖은 만큼 올해 당장 흑자전환은 어렵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수주가 폭증하는 데다 신사업 기대도 커졌다. 차세대 연료전지 선박이 대표적이다. 연료전지 추진선과 암모니아 추진선을 각각 2025년, 2024년 판매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공사 수주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자동 용접 기술과 모듈 공법(전체 공장 건설 작업 가운데 일부분을 외부서 사전 제작한 뒤 시공 현장에 운송·설치하는 공법) 등을 활용해 반도체 공장 준공 시점을 앞당길 계획이다. 작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V2 라인 공사 일부를 600억원어치 수주했다. 반도체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관련 수주가 불어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저가 수주한 선박 물량이 적잖은 데다 고정비 부담도 상당한 만큼 올해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며 "2023년부터는 매출이 급반등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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