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교육부가 사는 법

입력 2022-04-10 17:11   수정 2022-04-11 00:14

“교육부가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폐지 공약으로 호떡집에 불난 듯 뒤숭숭했던 교육부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수위 측이 최근 “기존 부처 골격은 일단 유지하겠다”고 방침을 선회하면서다. 쪼개지거나 소멸될 뻔했던 교육부 내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교육 수요자들은 그러나 이번 결정을 ‘개혁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규제 기능은 대폭 축소하고, 정책 기능은 오는 7월 발족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맡긴다는 안이 존치의 전제가 될 공산이 커서다. ‘지원 서비스’라는 교육부 본래 기능을 수요자들에게 돌려주자는 게 인수위의 기본 입장이다.
정치가 키운 교육의 위기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바뀐 입시 정책은 정치의 교육 포퓰리즘과 몰염치가 뿌리다. 반값 등록금, 대학설립 자율화 등이 그런 예다. 그럼에도 학부모와 학생의 혼란과 비용 증가, 사학의 재정 실패를 야기한 집행의 주체가 교육부이며, 그 시스템에 군림까지 해왔던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폐지론에 찬성하는 학생들이 절반(48%)쯤 된다는 설문조사가 놀랍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감독과 평가란 두 개의 권력이 예산 배분권과 맞물렸을 때, 교육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낙오자만 대량 생산되는 현실을 많은 이들이 이미 지켜봤다. 예비고사가 학력고사, 수능으로 변신을 거듭했지만 묘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문명적 공동체로 나아가지 못하고 야만적 각개전투로 돌아가는 퇴행에 시달렸다.

그 퇴행의 종합판이 대학이다. 대학은 여전히 “졸업생 일자리를 늘려 달라”며 아우성이지만, 기업들은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한 대기업 연구소장은 “대학원 졸업자도 입사 후 3년은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탄식했다.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초연결 시대 등이 몰고 온 최근의 위기는 파괴적 혁신을 요구할 만큼 강력하다. 대학은 그러나 혁신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예산 배분권을 가진 교육부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보고서 만드는 일에 골몰할 때가 많다는 게 한 사립대 총장의 고백이다. 자율을 누려야 할 고등교육의 주체가 교육부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할 때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우리 고등교육의 민낯이다.
진짜 '환골탈태'는 이제부터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의 변신은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대학 혁신의 본보기다. 개방, 온라인, 영역 파괴로 지난 20여 년간 학생 수를 5배, 재정자립도를 10배로 끌어올렸다. 마이클 크로 총장이 줄곧 이 ‘초장기 혁신’을 주도했다. 사학이 땅 한 평 팔 자율도 없는 한국에선 이런 임기부터가 신화다.

더 큰 눈앞의 쓰나미는 반토막 나기 직전인 학령 인구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입학정원은 2003년 65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해 47만여 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 탓이다. 지방대학의 소멸은 지역경제 파산으로 연결되는 위험한 도미노다. 우리 교육은 이제 인수위의 입만 바라볼 만큼 탈진한 상태다. 앞으로가 녹록지 않다. 벌써부터 국교위 구성 권한을 놓고 양당이 대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지적이 여전히 특별한 이유다.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게 교육이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교의 시간 낭비가 나쁜 정치로 반복될 수는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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