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미의 음표들

입력 2022-04-15 11:00  


[이진주 기자] 유미는 떠오르는 생각을 쉬이 휘발시키는 법이 없다. 자신을 반추하고 감정을 음미하면서 그대로 음표화하기 바쁘다. 소란스러울 수 있어도 그 속의 메시지는 정확하며, 삶의 작은 반향이 되어 듣는 이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그렇게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음악인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신유미는 가요계 숨은 고수를 찾는 오디션 프로그램 JTBC ‘싱어게인2’에서 31호 가수로 출연했다. 그의 등장에 아리송한 반응도 잠시, 첫 무대부터 속이 뻥 뚫리는 퍼포먼스로 모두를 수긍하게 만드는가 하면 특유의 창법과 남다른 기교로 TOP6의 최후 멤버가 되면서 진정 그의 꿈을 되찾았다.

“특별하지 않아도 그저 나다운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또 아직 원하는 소리를 찾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완성형 보컬도 아닐뿐더러 부족한 점도 많지만 계속 연습하면서 아껴둔 음악들을 풀어나갈 생각이에요”

일상에 음표 그리길 좋아하는, 또 스스로에게 계속 물음표를 던지는 유미의 인터뷰를 만나보자.

Q.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둘이 만나면 어떤 케미가 나올까 궁금했어요. 오늘 이후로 신유미X김소연 조합을 찬성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웃음). 함께해 보니 어땠나요?

“소연이를 정말 좋아해요.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그래서 오늘을 너무 기대하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또 소연이와는 음악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의외로 코드가 잘 맞는 부분이 많다고 느껴요. 생김새도, 성격도 서로 결이 다른데도 왜인지 소연이에게 자꾸 마음이 가요”

Q. 그럼 소연님에 대한 첫인상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소연이의 첫 무대를 보고 Eva Cassidy가 생각나는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뮤지션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랑은 결이 다른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3라운드 ‘울트라맨이야’ 무대가 끝나고 소연이가 ‘언니 너무 멋있고, 편곡도 좋았어요’라고 해줬어요. 그때 소연이가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뮤지션이라고 깨달았죠”

Q. 봄과 함께 봄날이 찾아왔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봄은 사뭇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사실 겨울에 동면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겨울 동안 ‘싱어게인2’ 프로그램을 하느라 겨울잠 없이 지냈어요(웃음). 봄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해요. 시작과 도전을 의미하는 계절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다가오는 올봄이 또 다른 시작과 도전을 줄 것만 같아서 무척 기대가 되네요”

Q. JTBC ‘싱어게인2’을 마치고 삶에서 가장 달라진 포인트는 뭐예요?

“전에는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과 타인이 생각하는 제 모습이 달랐어요. 이제는 스스로의 시선과 다른 분들의 시선이 동일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앞으로 더 힘내서 음악 할 용기가 생겼어요”

Q. 4월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가 시작되죠. 그토록 기다리던 팬들과의 조우에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도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첫 무대가 제일 걱정되긴 해요. 제가 생각보다 소심해서 경연 때도 떨지 않는 약을 먹고 무대에 오르곤 했거든요. 하하. 이번 콘서트에서도 긴장할까 걱정이에요. 방송보다 더 멋지고 좋은 무대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Q. ‘How you like that’, ‘주문’, ‘울트라맨이야’ 등 예상치 못한 선곡으로 매번 놀라운 무대를 선보였어요. 유명 보컬 트레이너라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면 스스로에 대한 기준점도 높았을 것 같더라고요.

“‘유명’ 보컬 트레이너라서가 아니라 진부한 음악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어요. 사람들은 언제나 타인에게 바라는 바가 분명히 있고, 그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주기를 기대하잖아요. 예상치 못한 선곡을 했던 것은 그 기대감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 기대감이 깨질 때 누군가는 실망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 자신을 편견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Q. 그런 도전적인 태도가 유미님을 더 멋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어렵잖아요. 더군다나 센세이셔널한 퍼포먼스부터 유니크한 스타일링까지 혼자서 그 큰 무대를 빈틈없이 채웠고요. 글쎄, 긴장은커녕 심사위원들과 밀당하는 여유에 반했지 뭐예요(웃음).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지만 스스로 끼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지만 엄청난 긴장이 동반된 무대였죠. 심사위원분들 눈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거든요(웃음). 다만 할 거면 최대한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편곡, 퍼포먼스, 스타일링 등 열심히 고민했지만 결국 무대는 즉흥적으로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하하”

Q. 당연하겠지만 선곡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고민했던 곡이 있다면요?

“가수 이적님의 ‘왼손잡이’요. 마지막 무대에 이 곡을 부름으로써 제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와 스토리를 완성시키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아름다운 강산’이 거시적으로 조금 더 많은 분들께 건강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민 끝에 그 곡을 부르게 됐죠”

Q. 모두가 인정할 만큼 강력한 우승 후보였어요. 그래서인지 최종 결과에 대한 팬들의 아쉬운 반응이 지배적이던데, 당사자로서 아쉬움은 없나요?

“73명 중에서 TOP6를 한 거예요. 저는 처음부터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음악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굉장히 선방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모두가 저를 우승 후보로 생각했다는 게 조금 의외였어요. 아! 하지만 안마의자는 조금 부러웠습니다. 하하”

Q. 매 라운드가 레전드였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최애&최고의 무대는 뭐예요?

“모든 무대를 사랑해요. 최고까지는 아니지만 ‘울트라맨이야’가 최애가 아닐까 싶네요. 이번 전국 콘서트에서는 안 부르지만 나중에 밴드 멤버들과 공연할 때 다시 한번 멋진 무대로 보여드릴게요”

Q. 기존과 다른 해석이 곧 편곡의 매력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유미님이 새롭고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평소 음악을 재해석하는 습관이 뒷받침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유튜브를 하면서 커버를 자주 했던 터라 스스로 편곡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싱어게인2’에 출연하면서 그런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죠(웃음). 누군가의 노래를 부를 때 ‘나답게 부르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제 스타일이 묻어난 편곡에 매력을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Q. 또 ‘파란 마녀’ 수식어 이전에 가수 윤상이 붙여준 ‘흑마술’이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저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유미님의 흑화된 매력에 현혹된 것 같은데, 리스너들의 이런 반응을 유도한 건가요?

“그렇게 느끼시는 걸 보면 제 노래로부터 전해지는 새롭거나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나 봐요. 현규가 제 무대를 보면 공기가 달라지고 시공간이 뒤틀린다는 표현을 해줬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 음악계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되어 리스너들을 더 현혹시켜 보겠습니다. 하하”

Q. 이번 경연을 통해 가요계에 둘도 없는 동료들도 만났어요. 꿈도 이루고 우정도 쌓고 더할 나위 없는 추억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함께하며 감동이 컸던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모든 순간이 특별하기도 하고, 수줍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해요. 1라운드 이후로 매 순간이 그랬어요. 좋은 결과가 있어도 누군가와의 이별이 수반되는 경험이었죠. 그래서 매번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 있던 첫 무대에 오른 순간을 꼽을까 해요”


Q. 자유로운 히피의 삶을 지향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모든 대상에 편견 없는 시선을 유지하기가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 이상적인 태도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저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하지만 계속 노력해요. 사람들에게 ‘도심 속의 히피, 자유를 갈망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뱉고 나면 왠지 모를 해방감이 들어요. 정말 그런 사람이 될 것만 같거든요. 제가 표방하는 삶을 위한 일종의 노력이지 않나 싶어요”

Q. 그래서인지 노래할 때 정말 행복해 보여요. 음악이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음악은 제 삶을 옭아매지만, 또 가장 자유롭게 만들어줘요. 그래서 매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요. 내가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너무 자신에게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죠. 인간 신유미가 성장하도록 만들어 주는 게 바로 음악이지 않나 싶어요”

Q. 최근 유미님이 새롭게 발견한 ‘뉴미(Newme)’의 모습이 있나요?

“‘뉴미’는 수많은 아이디와 노래에도 등장할 만큼 저를 대변하는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학창 시절 친구들이 불러준 애칭이기도 해요. 그래서 ‘뉴미’라는 이름으로 활동할까도 잠시 생각했었죠(웃음). 저는 매일이 새로워요. 인터뷰하는 지금 이 순간마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믿어요.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자신을 마주하는 제가 바로 ‘Newme’가 아닐까요?”

Q. 요즘 즐겨 듣는 플레이 리스트가 궁금해요. 음악을 향유하는 시간과 공간도요.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는 걸 가장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경연 준비로 많이 못 들었어요. 글쎄, 5라운드가 끝나고 갑자기 그게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웃음). 그맘때 Coldplay와 Selena Gomez가 ‘Let somebody go’라는 싱글을 발매했는데 도입부부터 귀를 사로잡으면서 굉장히 큰 위로를 받았어요”

Q. 향후 컬래버레이션해보고 싶은 뮤지션 혹은 동경하는 아티스트는 누가 있나요?

“모든 뮤지션을 동경해요.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인터뷰에서 타이거 JK님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어요. 나중에 함께 작업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직 대중들은 모르는 유미님의 T.M.I도 알려주세요(웃음).

“취미는 발레예요. 발레가 끝나고 자전거 타고 집에 올 때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에요. 하하. 그리고 강렬한 네일을 붙이고 무대에 설 때가 많지만 실제로는 네일 아트를 두려워해요. 손톱에 젤이 올라오면 손이 붓고 혈액순환이 안 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Q.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꼭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Just do it! 이 자체로 굉장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이 슬로건은 정말 대단한 분이 만드셨을 것 같아요”

Q. 얼마 전 팬카페(‘유미버스(NEWMEVERSE)’)가 개설됐어요. 유미님의 세계관부터 팬들의 애정까지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더라고요. 게다가 팬 애칭이 ‘음표’라니. 정말 사랑스러운 집단이 아닐 수 없네요(웃음).

“‘유미버스’는 Newme+Universe를 의미해요. 신유미의 음악적 우주를 뜻하죠. 하지만 말 그대로 팬들이 언제든 탑승할 수 있는 버스이기도 해요(웃음). 그리고 ‘음표’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아무 이유 없이 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싶어요. 단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제 음악으로 인해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거나 위로를 받아서 감사하다고들 말해주세요”

Q.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예전엔 저를 위해 음악을 했다면 이제는 여러분을 위해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한 것 같고, 요즘엔 그냥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팬분들의 시간 속에 제 음악이 작게나마 존재한다면 그것만큼 또 저를 기쁘게 만드는 건 없을 거예요”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아하쿠, 학, 윤세, 오드원아웃, 하플리
슈즈: 돌스킬
주얼리: 몬시크릿, 언디파인드, 지지지에이티, 자라, 쇼주얼리
아이웨어: 카린
스타일리스트: 치키, 이소민(데스틸)
헤어: 최희주(에이라빛)
메이크업: 이지율, 김건희(에이라빛)
플로리스트: 유지혜(플라워바이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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