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코로나19와 말라리아

입력 2022-04-19 17:48   수정 2022-04-20 00:01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관리가 잘돼오던 다른 전염병 대처에 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코로나 팬데믹이 물자 공급 과정에 영향을 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보다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다. 코로나는 말라리아가 퍼진 모든 나라에 전염됐고 2200만 명이 감염, 60만 명이 사망했다. 코로나 감염 차단을 위해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게 됐고, 이로 인해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모기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환자들이 치료약을 받으러 가는 것을 막는 꼴이 됐다. 모든 관심이 코로나에 집중돼 있던 사이 말라리아 예방과 치료에 대한 관심도 예산도 줄어든 결과, 안타깝게도 5세 이하 아동들은 코로나보다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수가 더 많아졌으며, 전체 말라리아 사망자의 67%나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94%의 말라리아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프리카에서는 코로나보다 위협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말라리아뿐 아니라, 에이즈 같은 전염병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월드비전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취약 국가 아동들은 학업을 중단하게 되어 이로 인한 아동 폭력이 증가하는 등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또한 저소득 국가는 전 세계 코로나 백신 중 약 1%만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보급률이 낮고, 열악한 보건시스템으로 접종 역시 어려워 여전히 높은 코로나 감염 위험에 놓여 있다.

내가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흑인들에게 효과가 높은 백신을 개발했음에도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신을 폐기하는 것을 보고 무력감이 들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도 치료약이 너무 비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에이즈 퇴치를 염원했기에 나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에 진학해 정치, 경제를 공부하고 국제기구 리더들과 일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자 노력했다. 졸업 후 에이즈학회 회장을 맡아 유엔에이즈, 빌게이츠 재단, 클린턴 재단과 협력해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제의 혜택을 받도록 지원할 수 있었다.

학회장을 맡으며, 실제로 에이즈와 전쟁을 치르는 현장을 목격했고 가난과 질병의 고통과 아픔이 사람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체휼하게 됐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고통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월드비전과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은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단순히 백신과 치료약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먼저 그들의 고통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공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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