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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전과 고용승계, 이 난제는 정리될 수 있을까?[LAW Inside]

입력 2022-04-22 14:55  

이 기사는 04월 22일 14: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용안정이 근로자 보호의 핵심 중 하나라는 데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계약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지일 것이다. 사업양수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업양도인의 인력을 반드시 인수해야만 하는지의 문제이고, 계약이란 이를 체결하는 당사자들 사이의 약속이라는 기본원칙의 관점에서 본다면 예를 들어 하청업체가 변경되는 경우에 업체들 사이에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데도 인력을 인수해야만 하는지의 문제이겠다.

기존 판례와 변화의 조짐

일찍이 대법원은 "문제 되는 사업이전이 법률상 영업양도에 해당되는지를 법원이 객관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서 영업양도에 해당된다면 인력도 이전되어야만 한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여기서 영업양도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즉 대법원은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3826 판결 등). 영업양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고용이 승계되는지 여부를 좌우하는 쟁점인데, 그 판단 요소 중에 계약상 인적조직이 이전되는지를 고려하고 있으니 순환논법(tautology)적인 한계가 있다. 어쨌든 이와 같은 고용승계 보호는 법률 없이 판례만으로 가능한 최소한의 보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작년 대법원에서는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다. "도급업체와 종전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고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의 합리적 이유 없는 고용승계 거절은 무효"라는 것이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 이 판결은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갱신과 무기직 전환에 대한 법적기대권을 인정해 온 종래 판례상의 기대권 법리를 고용승계의 국면에도 적용하였다는 점, 그리고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용역업체 사이에서 고용승계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위 판결은 수 십년간 고용승계의 관행이 있어 왔던 사안에 대한 것이어서 향후 적용범위에는 제한이 있겠지만, 고용승계의 확대 관점에서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한편으로 국회에는 2021년 5월 발의된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고용과 단체협약이 승계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발의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유럽연합(UN)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유럽연합의 최근 상황

유럽연합에서는 일찍이 1970년대에 사업이전지침이 제정되어 이후 두 번 개정되었고 독일, 프랑스 등의 국내법에 수용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계약당사자에 구애받지 않고 용역업체 변경 등의 경우에도 폭넓게 고용승계를 인정하고 있으며, 유럽재판소의 수많은 판례가 축적되어 세부적인 쟁점들에 대한 선례가 나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사업이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사업이 본질적으로 노동력에 기초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장비에 기초하는 사업인지를 먼저 살펴본다는 것이다. 만약 후자에 해당된다면 당사자들이 계약에서 인력의 승계를 배제했다고 하더라도 핵심 장비를 주고 받았다면 사업이전에 해당되고 따라서 인력도 승계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사안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항구 보안요원의 업무는 인력보다는 비디오 감시장치 등 장비가 본질적이라는 Securitas 판결(2017년)이나 음악학교의 운영은 악기, 장비, 시설이 본질적이라고 한 Colino Siguenza 판결(2018년)이 그렇다. 한편으로 Grafe and Pohle 판결(2020년)에서는 시골 지역의 노선버스 사업은 버스기사들이 각종 환승 정보, 시간표 등을 숙지하고 있다가 승객들에게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력이 중요하다는 세심한 판단이 보인다.

고용승계 분야는 그야말로 규제가 시장을 주도적으로 변경시키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지점까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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