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FTA' CPTPP 참여…韓, 아태지역 무역맹주 기회 [김수동의 Korea Trade]

입력 2022-04-26 17:42   수정 2022-04-27 00:09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무역액의 15.3%, 인구의 6.7%를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권이다. CPTPP 국가와 한국의 무역 규모는 2510억달러로 총무역의 24.0%를 차지한다.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를 포함해 회원국 다수가 우리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CPTPP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추구하며, 무역 규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CPTPP는 포괄적인 범위와 내용의 깊이 측면에서 다른 자유무역협정(FTA)과 구별된다.
CPTPP, 우리 교역 비중의 24% 차지
CPTPP 가입 시 실질 GDP는 0.33∼0.35%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3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은 무역수지 개선 효과와 생산 증대 효과가 나타나지만, 농업과 수산업에서는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일본은 한국의 가입에 유보적인 입장이며, 가입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가입 신청은 대미 전략 일환이며, 이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CPTPP 참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 및 통상질서를 주도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이다. 협상 당국은 국익을 극대화하는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와 설득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CP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뒤 명칭을 바꿔 출범한 다자간 FTA다. 미국의 탈퇴 후 일본 주도로 11개 회원국은 협정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협상은 2018년 1월 타결됐고, 같은 해 12월 공식적으로 발효됐다. 지금까지 영국, 중국, 대만, 한국, 에콰도르 등이 신규 가입을 추진 중이다.

CPTPP는 TPP 대비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 무역, 인구 비중이 상당 규모 축소됐으나, 여전히 세계 무역의 15.3%를 차지하는 메가 FTA다. CPTPP에 참여하고 있는 11개 회원국의 GDP 합계는 2019년 기준 세계 GDP의 12.9%(11조3000억달러)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역액은 2조9000억달러로 세계 무역의 15.3%에 달한다. 또한 세계 인구의 6.7%에 해당하는 5억1000만 명을 보유한 거대한 시장이다. CPTPP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경제권이다.

CPTPP 회원국과 한국의 무역 규모는 2510억달러에 달하며, 한국 총무역의 24.0%를 차지한다. CPTPP 국가들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은 1260억달러로 총수출의 23.2%를 차지하며, 수입액은 1250억달러로 총수입의 24.8%를 차지한다.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를 포함한 회원국 다수가 한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높은 수준의 최신 무역규범 담고 있는 ‘메가 FTA’
CPTPP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추구하는 21세기형 자유무역협정이며, 무역 규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협정이다. 30개에 이르는 챕터에는 디지털 무역, 정부조달, 국영기업, 노동, 환경, 규제 일관성,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 등 최신 무역 규범이 포함돼 있다. CPTPP는 범위의 포괄성과 내용의 깊이 측면에서 다른 FTA와 구별된다.

그러면 기존 협정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는 디지털 상품의 무역 촉진을 위해 데이터센터의 현지화 의무 금지, 전자 수단에 의한 국경 간 데이터 이동 허용,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 부과 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수출입 및 판매를 위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 요구를 금지했다. 단, 원칙적으로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나, 공공정책 목적에 따른 정부의 규제 권한은 인정하고 있다.

CPTPP는 누적 원산지 규정을 도입해 역내 공급망 구축을 지원한다. 즉 생산 과정에서 역내산 재료를 사용하면 해당 재료를 국내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역내 공급망 강화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역내 가치사슬 구축을 촉진하는 현대 무역협정의 표준적인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원산지 자체 인증(self-certification), 명확한 통관 일정 등 무역을 촉진하는 규정을 포함한다.

노동 분야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라 당사국에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단체교섭권 보장, 강제 노동 금지, 아동 노동 폐지, 고용차별 철폐 등을 국내법을 통해 지원하도록 요구한다. 환경 챕터에는 온실가스 감축, 연료 보조금, 수산 보조금, 환경 관련 상품 및 서비스 무역 등 환경과 무역이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내용을 포함한다. 그리고 환경 의무 위반 시 협의 채널과 분쟁해결 채널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경 규범 이행의 구속력도 확보했다.

국영기업과 관련해 정부 보조금 같은 비상업적 지원에 상대국이 이의를 제기하고, 부정적 영향과 산업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입증해 분쟁해결 절차에서 승소하는 경우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제한된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기업이 CPTPP의 실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정보에 대한 공유 및 지원 강화, 서류 및 통관 절차 간소화, 수출 상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CPTPP 가입 시 실질 GDP 연간 최대 6.7조 증가
우리나라는 CPTPP 11개 회원국 중 멕시코를 제외한 10개 국가와 FTA를 맺었다. 일본과도 최근 RCEP을 통해 다자간의 틀에서 FTA를 체결했다. 이미 10개 국가와 양자 또는 다자간 FTA를 맺었기 때문에 CPTPP 가입의 경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CPTPP 참여국의 양허 수준과 개방 범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CPTPP의 관세 인하는 품목 수 기준으로 99.9%에 달해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달성했다. 상품의 경우 전 품목 관세 철폐를 원칙으로, 극히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관세 감축 등에 합의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100%, 호주와 멕시코가 99% 이상의 자유화 수준을 달성했다. 일본의 경우 품목 수 기준으로 즉시 철폐율이 95% 이상인 점이 눈에 띈다. 품목별로는 공산품 99.8% 이상, 농산물 95% 이상, 수산물은 100% 관세를 철폐했다. 다만 일부 국가에 대해 관세 철폐 예외, 장기 철폐 등을 통해 국가별 민감성을 반영했다.

경제 효과 분석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CPTPP 가입 시 실질 GDP는 0.33∼0.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실질 GDP를 기준으로 금액을 환산하면 6조3000억~6조7000억원 규모다. 소비자 후생 효과는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CPTPP 가입 시 15년간 연평균 6억∼9억달러(약 7000억∼1조1000억원) 규모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무역수지 개선에 따른 순수출 증가로 1조2000억∼1조8000억원 규모의 생산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철강, 섬유 등에서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다만 CPTPP에는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농업 강국도 포함돼 있어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 확대에 따른 국내 농업계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CPTPP 가입 시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수산업도 마찬가지로 베트남과 일본 등으로부터의 어류 및 갑각류 수입이 증가하면서 15년간 연평균 69억∼724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미·중·일 등 주변국 입장과 동향 세심히 살펴야
미국은 새로운 무역협정의 추진이나 기존 협정 참여보다는 경제 재건, 일자리 창출, 노동자 보호 등 국내 현안 해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IPEF 구상을 제안하면서 CPTPP 가입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RCEP이 최근 발효됨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고, 아·태 지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다. IPEF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안보적 도전에 대응하고,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은 작년 9월 CPTPP 가입을 공식적으로 신청했다.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과의 패권경쟁 전략 일환이며, 이 지역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중국의 CPTPP 가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 이유는 중국 정부가 CPTPP에 포함된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국경 간 데이터 이동, 높은 수준의 환경과 노동 조항, 국영기업 개혁 조항 등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호주,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 베트남 등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CPTPP 체결을 주도한 일본은 한국이 CPTPP 회원국으로서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규정을 충족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제한 등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을 경계하며, CPTPP 내 일본의 영향력 훼손과 회원국의 결속력 와해를 우려하고 있다.
선제적 제도 개선과 국익 극대화 협상 전략 마련
그러면 우리 정부가 CPTPP 가입을 위해 추진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를 몇 가지 정리해보자. 첫째, 국민들에게 아·태 지역 국가들과의 폭넓은 무역 협력이 국내 무역을 촉진하고 다변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둘째, 국회뿐만 아니라 기업,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CPTPP 가입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과 우선순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CPTPP 참여는 교역과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를 통해 고임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넷째, CPTPP 회원국이 가진 제약조건, 우선순위, 관심 및 요구사항 등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해당 국가와 사전에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CPTPP에 포함된 신통상 규범에 합치하는 수준으로 디지털 경제, 노동과 환경, 국영기업 등의 분야에서 국내 법령 및 제도 개선을 선행해야 한다.

CPTPP 가입에 따른 다양한 도전과 과제를 고려할 때, 일부에서는 CPTPP 가입에 상당한 노력과 수고를 기울일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CPTPP 참여는 글로벌 경제 성장과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아·태 지역 무역 및 통상질서를 주도하는 데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가입 협상 과정에서 드러날 여러 형태의 가입 비용을 최소화하는 협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와 FTA가 없는 나라인 멕시코의 양허 결과와 개방 수준을 분석해 가입 협상에 임해야 한다. 또한 일본의 요구사항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해 가입에 따른 국익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대국민 홍보와 설득 과정을 통해 CPTPP 참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김수동은…

김수동은 경희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컬럼비아 미주리 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산업연구원에서 16년 동안 재직 중이다.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을 지냈고, 국제통상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미, 한·중, 한·EU, RCEP, CPTPP 등 주요 FTA 협상, 공급망 재편, 대미 통상정책 등 무역 통상 분야에서 저서와 논문을 다수 집필했다. WTO 정보기술협정(ITA)과 환경 협상, OECD 무역위원회 등 국제기구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 대한 정책 자문 활동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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