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발음에서 ‘ㄴ’음 첨가 현상에 대한 인식은 일찍부터 있었다. “이(이, 야, 요, 유)로 비롯한 생각씨(觀念詞)가 그 위에 받침으로 끝진 말과 이을 적에는 군ㄴ을 그 첫소리로 내나니….” 일제강점기 때 우리말 문법의 기틀을 잡은 한글학자 최현배는 역저 《우리말본》(1937년)에서 그 실마리를 이렇게 풀었다. 예로는 ‘암여우→암녀우, 밭이랑→밭니랑, 밤이슬→밤니슬, 식염(食鹽)→식념, 백열적(白熱的)→백녈적’ 등을 들었다. 물론 당시 ㄴ첨가가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연구되진 않았겠지만, 100여 년 전 국어문법의 태동기에 이런 관찰과 연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다.가령 표준발음법에 따르면 ㄴ첨가는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규정한다. 국어에서 2음절 한자어는 통상 합성어도 파생어도 아닌, 두 개의 뜻글자가 모여 하나의 의미 단위를 이룬 단어로 본다. 이런 말은 발음할 때 받침이 흘러내린다. ‘일익/범인/만약/석양/만연/흡열/민요/중요/국유/섬유’(뒷글자가 단모음 ‘이’ 또는 이중모음 ‘야, 여, 요, 유’로 시작해 규정상 ‘ㄴ’이 덧나는 음운환경) 등이 다 그렇다. 그런데 29항 ‘단서’ 조항에서는 ‘검열, 금융’ 같은 2음절 한자어를 ㄴ음이 첨가되는 말([검녈, 금늉])로 구별했다. 언중의 실제 발음이 그렇게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말은 ㄴ을 첨가하지 않은 발음([거멸, 그뮹])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 이른바 복수표준발음이다.
29항 규정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정열(情熱)’ ‘작열(灼熱)’ 같은 단어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간 경우다. 이들은 아예 ‘ㄴ’ 소리가 첨가된 발음만을 표준으로 삼았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정열, 자결]로 연음하지 않고 대부분 [정녈, 장녈]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유별나게 발음이 그리 굳어졌으므로 이를 규범으로 수용했다.
국립국어원과 학계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ㄴ첨가 현상의 퇴조를 지적해왔다. 2017년 국립국어원에서 ‘밤이슬’을 비롯해 순이익[순니익/수니익], 연이율[연니율/여니율], 감언이설[가먼니설/가머니설] 등 복수표준발음을 대폭 늘린 것도 현실발음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솜이불’은 여전히 [솜니불]만 표준이고 [소미불]은 비표준으로 남아 있다. 불이행은 어떨까? [불니행](ㄴ첨가)을 거쳐 [불리행](유음화)이 표준발음이다. 하지만 이를 [부리행]으로 연음해 읽는 이가 실제론 더 많을 것 같다. 여기서 국어의 ㄴ첨가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ㄴ’음 첨가는 비슷한 환경에 있는 말이라고 모두 일관되게 적
용하는 것이 아니고, 개별 단어마다 따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단어마다 다른, 즉 특정 단어에서 일어나는 수의적(隨意的)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이쯤 되면 ㄴ첨가 현상을 알려면 단어마다 일일이 외워야 한다는 난제에 부닥친다. 그런 단계에서는 규칙으로서의 가치도 잃을지 모른다. 100년을 달려온 우리말 발음 ‘ㄴ첨가’ 현상이 어디에 이르게 될지는 언중의 선택에 달려 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