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최근 증시 '도박장' 같지만…저평가株 찾아 투자할 기회"

입력 2022-05-01 17:53   수정 2022-05-31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번엔 새벽 다섯 시부터 줄을 서야 할 거예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빈자리 없이 꽉 찬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행 비행기. 옆자리 승객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오랜만에 주주들에게 다시 문을 연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는 조용한 도시 오마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벅셔해서웨이의 대면 주총은 3년 만이다. 주주들의 열기는 30일 이른 아침부터 주총장으로 쓰인 시내 CHI헬스센터를 휘감았다.

주주들은 여러 시간 줄을 서면서도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돼서다.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두 배 이상 뛰는 숙박료가 인구 50만여 명의 작은 도시 오마하를 먹여 살렸다는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벅셔해서웨이는 올해 4만여 명이 이곳에 모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최대 투자회사인 벅셔해서웨이는 매년 봄마다 사흘간 연례 총회를 연다. 백미는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이 진행하는 투자자와의 질의응답이다. 벅셔해서웨이 사업 현황과 투자 기업 정보뿐만 아니라 버핏 회장의 투자 철학과 미래 전망까지 두루 들을 수 있는 기회다.

과거 버핏 회장을 수차례 인터뷰하며 그의 족적을 다룬 책 《현인과 오마하(Oracle&Omaha)》를 쓴 스티브 조던은 기자와 만나 “버핏의 화법은 아주 간결하고 통찰력이 담겨 있는 게 특징”이라며 “주주들이 버핏 회장과 직접 소통하며 투자 철학을 간접 체득할 수 있는 건 굉장한 일”이라고 했다. 미 CNBC는 물론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비즈니스 인사이더, 프랑스 AFP 등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주총장에 들어서니 수만 명의 투자자가 버핏 회장이 입장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버핏 회장이 연단에 서자 청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나이에 대한 가벼운 농담으로 입을 연 올해 92세의 버핏 회장은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60여 개에 달하는 질문에 답했다.

주요 경영진의 나이가 90세를 넘었지만 벅셔해서웨이는 건재하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됐다. 뉴욕증시의 S&P500지수가 올 들어 13% 넘게 떨어졌으나 이 회사 주가는 7% 가까이 상승했다.

버핏 회장은 주식시장이 지난 몇 년간 변동성이 큰 ‘도박장’처럼 변했지만, 한편으론 저평가된 기업을 물색하는 기회의 장도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의 투기적 투자 행위를 보면서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시장 환경이 투자 대상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올해 1분기 하락장에서 총 510억달러, 한화 기준으로 61조원 넘는 투자를 단행한 이유다. 저평가됐다고 판단된 유망 기업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이다. 정유주인 셰브런과 옥시덴탈페트롤리엄, 정보기술(IT) 업체인 휴렛팩커드(HP) 등이 대표적이다.

버핏 회장은 게임업체인 액티비전블리자드 지분을 1분기에 9.5%까지 늘렸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액티비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당 95달러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회사다. 버핏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과정에서 미 법무부가 반독점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등을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며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할 만큼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자동차 보험회사인 가이코가 처한 상황을 예로 들며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가이코는 1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중고차와 부품값 급등으로 보험손실 청구액이 급증한 탓이다. 버핏 회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자신이 아는 종목에만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을 ‘영웅’이라고 부르며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암호화폐는 더 비싸게 팔려는 사람에게만 판매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버핏 회장은 “만약 전 세계 모든 비트코인을 단돈 25달러에 팔려고 해도 난 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마하=신인규 한국경제TV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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