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인상은 성에 안 찬다는 '평균연봉 1.6억' 삼성전자 노조

입력 2022-05-02 19:49   수정 2022-05-02 20:32


임금 인상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간 대립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노동조합 공동교섭단(노조)이 올해 9%의 임금 인상률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 임금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고액 연봉의 임원들이 포함된 '허수'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삼성전자 임직원 실질 연봉이 올해 1억6000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노조 요구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올해 평균 급여 1억5000만원 육박 추정
2일 삼성전자의 '2021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전체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4400만원으로 전년(1억2700만원) 대비 13.4% 올랐다. 작년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임금조정 협의를 통해 평균 7.5%의 인상률을 결정했다. 실제로는 성과급을 포함한 각종 인센티브 등이 반영되면서 상승률 두 자릿수 연봉 인상 효과를 냈다.

노조는 임직원 평균 급여는 '고액 연봉'의 임원들이 포함된 허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 평균 급여 역시 지난해 기준 1억3500만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미등기임원 933명의 총급여는 7178억원으로 전체 급여총액 15조8450억원의 4.5%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올해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 평균 9%의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면 직원 평균 급여는 1억5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인센티브를 더한 실제 연봉은 평균 1억6000만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CL2 직급(대졸 사원/대리급)의 경우 평균 인상률이 12%에 달한다. 지난해 상위 고과를 받은 일부 직원은 최고 16.5%의 인상률을 적용받게 된다.

노조는 "올해 대부분 직원의 임금이 5%만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낮은 인상률을 적용받는 일부 고연봉 부장급도 연봉이 최소 5.5% 오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는 대졸 사원뿐 아니라 고졸 사원도 상당수 있다"며 "대졸자 채용 위주의 대기업이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비해 평균 연봉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 평균 임금 인상률 9%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앞선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평균 9%로 합의됐다. 이는 최근 10년새 최대 인상률이었던 지난해(7.5%)보다도 1.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기본 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해 정해지므로 개인별 임금인상 수준은 고과에 따라 달라진다.

당초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 위원 측은 15.72% 인상을 주장했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낮춰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선에서 합의점을 도출했다. 아울러 유급휴가 3일 신설, 배우자 출산 휴가 기존 10일에서 15일로 확대 등 복리후생 방안에도 합의했다.
노조, 협상 과정 문제 삼으려 사측 고발
협상 과정도 논란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사협의 입금 협상은 33조와 근로자참여법 5조를 위배한 불법"이라며 "노사협의회와의 불법 임금협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 사측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다. 그간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해왔다. 통상 2~3월이면 합의를 도출했지만 올해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4월을 넘겼다.

노조는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선출 절차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했다. 노조 측은 "선별된 소수 직원들만 후보로 지명된 뒤 직원들에게 어떤 공유도 없이 후보 내에서만 짬짬이 근로자 위원을 선출했다"며 "이렇게 회사 입맛에 맞게 선출된 위원들은 당연히 11만 삼선전자 전체 직원을 대변하지 않고 회사 요구에 따라 임금 협상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부터 지금까지 인내심을 갖고 회사와 최대한 대화를 통해서 임금교섭을 타결하고자 했지만 회사가 노조를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회사가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 투쟁을 선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조원 비중이 전 직원의 4%에 불과해 96%에 달하는 비조합원들 급여를 확정하려면 노사협의회를 통해 합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원 대표를 먼저 직선제로 뽑고, 그중에 노사협 근로자 위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구성 역시 적법하다고 했다.

현행법이나 예년의 임금 조정 사례 등을 감안할 때 노사협의회를 통한 협상은 문제가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견해다. 노사협의회는 법률에 규정된 합법적 기구로, 전체 직원 과반으로 구성된 노조가 없을 경우 근로자들이 직접 선출한 위원들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조정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 협의는 취업규칙이나 노동부 행정해석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노조 주장대로) 이게 불법이라면 과거 수십년간의 임금 조정 결과를 모두 부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노사협의회와는 2022년도 임금교섭을 마쳤고 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가진 만큼 노조와의 협상도 성실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과 함께 '불법 임금교섭'이라며 투쟁을 선포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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