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잘못은 무엇?"…전직 美 연방은행 총재들의 진단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2-05-08 11:41   수정 2022-05-08 11:44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추가로 단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지만, Fed의 오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Fed는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걸까?

8일 한국은행 워싱턴주재원의 동향분석에 따르면 Fed가 22년 만에 첫 빅스텝을 단행하기 전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열린 그림자공개시장위원회(SOMC) 정례세미나에서는 Fed의 잘못을 지적하는 전직 연방은행장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SOMC는 '그림자(shadow) Fed'라고 불리는 독립적인 민간기구로, Fed의 정책 결정에 대해 평가 및 감시를 목적으로 1973년 설립됐다. 대학 교수, 민간단체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빌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 제프리 래커 전 리치몬드연방은행 총재, 찰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Fed가 유연한 형태의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로 전환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제도를 잘못 운용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 2월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경제가 완전 고용과 장기간 2% 수준 인플레이션에 도달할 때까지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경제가 이 수준까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완전 고용과 물가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룰 때까지 자산매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자산매입이 끝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Fed가 중립적인 통화 환경으로 이동하는 데 있어 느린 정책 경로에 자신을 가뒀다"고도 했다.

그는 "Fed의 예상보다 노동시장이 훨씬 더 빠르게 타이트해졌지만(구인난이 심해졌지만),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을 전년 2월 대비 낮아진 노동 참가율의 회복을 기다렸으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잘못 예측했다"고 덧붙였다.

래커 전 리치몬드연방은행 총재는 "Fed는 과거 경기 사이클에서 잘못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 2015년 Fed가 양적 긴축으로 전환했을 때 금융 시장은 '발작'(taper tantrum)했다. 이에 대한 경험 때문에 Fed가 긴축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시간(lead time)을 매우 길게 가지기로 결정했다는 게 래커 전 총재의 지적이다.

래커 전 총재는 Fed가 '완전 고용'의 수준을 너무 높게 잡았다고도 했다. 그는 "Fed는 현재의 고용 수준과 장기간의 안정된 상태에서 복귀할 수 있는 완전 고용 수준을 비교해 정책을 시행한다"며 "먼지가 가라앉은 후, 현재의 충격은 모두 사라진 후, 더 이상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Fed가) 1960년대의 느슨한 척도로 산출한 높은 완전 고용 수치를 바탕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며 지속되지 않을 것 같다고 추론하면서 정책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래커 전 총재는 Fed가 말하고 있는 중립 금리의 수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시장에서는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른바 중립 금리를 연 2.5%로 추정하고 있다. 래커 전 총재는 "Fed가 기준금리를 2.5%로 올릴 수 있으나 인플레이션이 5%로 뛰고 있다면 이는 중립적인 연방기금금리 개념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며 "Fed는 중립 금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는 "Fed가 현재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며 "인플레이션율이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Fed는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이고 공급망 혼란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1년 이상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전직 연방은행 총재들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더들리 전 총재는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데 너무 오래 기다렸고, 과거 Fed가 실업률을 끌어올릴 때마다 경제 침체에 빠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almost zero)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 수준을 넘어서면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계속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며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이 얼마나 타이트한지 여부"라고 말했다.

래커 전 총재 역시 "Fed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더라도 연착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Fed가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향후 몇 년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줄일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다면 연착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로서 전 총재 역시 "올해 FOMC에서 75bp(1bp=0.01%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며 "통화정책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한(murky) 상황이며, 향후 6개월이 통화정책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과거 총재 시절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래커 전 총재와 플로서 전 총재는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통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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