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대란 어디갔나"…까르띠에 매장 '텅텅' 무슨 일? [현장+]

입력 2022-05-10 22:00  

10일 서울 강남 한 백화점의 프랑스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 까르띠에 매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지난 8일까지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 대란으로 몇 시간씩 줄을 서도 매장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과 대조적이었다.

전날 가격 인상을 한 탓. 간간히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도 “올려도 너무 많이 올렸다”며 푸념부터 흘러나왔다. 매장 직원들은 “어제부터 고객이 확 줄어 대기를 오래 안 해도 입장 가능하다”며 “가격을 확인하고 그냥 매장을 나가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지난 9일 시계·팔찌·반지 등 인기 제품 가격을 6~13%가량 올렸다. 지난해 6월 이후 약 1년여 만의 인상이다. 인기 제품일수록 인상폭이 컸다. 단종설까지 돌며 오픈런 현상을 빚은 ‘탱크머스트’(라지 사이즈 기준)는 기존 344만원에서 390만원으로 뛰어 46만원(13.3%) 올랐다. ‘탱크프랑세즈’(스몰 사이즈 기준)는 442만원에서 467만원으로, ‘팬더드까르띠에’(스몰 사이즈 기준)도 493만원에서 525만원으로 각각 5.6%와 6.4% 인상됐다.

주요 인기 주얼리 역시 큰 폭으로 값이 뛰었다. 특히 혼수철에 인기가 많은 웨딩용 반지가 9% 올랐다. 혼수 품목으로 인기가 높은 ‘러브팔찌’ 핑크골드 색상은 기존 865만원에서 920만원으로 55만원(6.3%) 인상됐다. ‘러브반지’ 핑크골드 색상은 147만원에서 9만원(6.1%) 올라 156만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커플링으로 각광 받는 ‘트리니티’ 반지(스몰 사이즈 기준)도 124만원에서 136만원으로 12만원(9.6%) 인상됐다. ‘저스트앵끌루’ 팔찌도 기존 940만원에서 1000만원이 됐다.

인상 직전까지 오픈런 인파로 몸살을 앓던 까르띠에 대다수 매장에선 거짓말처럼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까르띠에는 최근 고객들에게 가격 인상 전 구매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대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안내를 따로 공지했지만 실제로는 매장 입장이 어렵지 않았다.

매장 관계자는 “오전에 매장 문을 열기 전까지 수십~100명 이상 줄 서 있었는데 어제는 대기가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며 “그나마 매장을 찾은 손님들도 인상 전 제품을 구매한 이들로 제품이나 수령 절차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구매 고객은 드물었다”고 귀띔했다.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들의 잦은 인상과 부족한 공급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을 호소했다.

인상 소식을 접한 주요 명품 관련 커뮤니티에는 “해도 너무하다”라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소비자 이모 씨(31)는 “300만원대로 까르띠에 제품 중 가격이 낮은 편이라고 꼽히는 탱크머스트 가격이 400만원에 육박한다. 이 가격이라면 선택지가 많아 굳이 이 제품을 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명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 가격엔 도저히 못 산다’는 심리적 저항선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차례나 가격을 올린 샤넬의 경우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 리셀가가 백화점 정가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 올라온 샤넬백 리세일 가격은 올해 1월 1400만원에서 지난달엔 1110만원까지 떨어졌다. 해당 제품의 백화점 정가는 1180만원이다.

명품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물류 비용도 늘었다는 점을 가격인상 배경으로 들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환율과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분이 있다고 해도 1년에 몇 번씩 제품 가격을 조정할 만큼 변동폭이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샤넬·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국내 시장에서 가격을 올릴 때 되레 해외에선 가격을 내리는 사례도 있다”며 “코로나19로 명품 수요가 감소한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수요가 풍부한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의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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