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만나기로 했었는데…추도사하는 현실 잔인" 故 강수연 영결식

입력 2022-05-11 10:33   수정 2022-05-11 11:22


배우 설경구, 문소리가 故 강수연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 강수연의 영결식에서 설경구는 "한 달 전 촬영이 끝나면 보자고, 할 얘기가 많다고 했는데 봐야 하는 날인데 선배님의 추도사를 하고 있다. 너무 비현실적이다.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며 추도사를 시작했다.

그는 강수연과의 첫 만남을 1998년 영화 '송어' 촬영장이라고 기억했다. 이어 "경험이 없던 저를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치며 이끌어주셨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예산이 작은 영화라 열악했고, 먹는 것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며 회식을 시켜주시고 주기적으로 모두를 챙겨주셨던 선배님이다. 직접 알려주고 가르쳐 주셨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는 선배님의 조수였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인 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셨다. 선배님은 제 영원한 사수였다. 모든 배우에게 무한 애정과 사랑을 준 걸로 알고 있다. 배우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서 우리들의 진정한 스타였다. 새까만 후배부터 한참 위의 선배까지 아우를 수 있는,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거인 같은 분이셨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설경구는 "소탈했고 친근했고 섬세했고 영화인으로 자긍심이 충만했다. 어디서나 당당했다. 너무 당당해서 너무 외로우셨던 선배님. 아직 할 일이 많고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며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보여준 사랑과 염려, 배려와 헌신, 영원히 잊지 않겠다. 사부와 함께여서 행복하고 사랑했다. 더 보고 싶다. 당신의 영원한 조수 설경구"라고 슬픔을 드러냈다.

강수연이 생전 아낀 후배인 것으로 알려진 문소리는 추도사를 시작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언니가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망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는데 친구가 '청춘 스케치' LP를 방에서 들고나왔다. 한참을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라일락 꽃향기가 나는 길에서 하늘을 보며 언니가 가는 길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영화의 세계라는 게 땅에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니를 잊지 않겠다. 여기서는 같은 작품 못 했지만, 나중에 만나면 같이 영화해요"라고 덧붙였다.

한국 배우 최초로 '월드 스타'로 불렸던 강수연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사흘째 의식 불명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다 지난 7일 세상을 떠났다.

이날 영결식은 유지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과 임권택 감독, 배우 문소리와 설경구 그리고 연상호 감독이 추도사를 맡았다.

고인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돼 용인공원에 안치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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