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이 이렇게 힙했나…'정구호 스타일' 입은 일무

입력 2022-05-11 17:12   수정 2022-05-12 00:38


패션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정구호는 2013년 국립무용단의 첫 연출작 ‘단’을 시작으로 한국 무용계에 미니멀리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연출뿐 아니라 의상, 조명, 소품, 세트 등 무대의 모든 디자인을 맡아 단순하고 세련된 현대적 감성을 입힌 한국 무용을 선보였다.

국립무용단의 ‘묵향’(2013) ‘향연’(2014) ‘춘상’(2017) ‘산조’(2021), 전북도립국악원의 ‘모악정서’(2019), 경기도무용단의 ‘경합’(2022) 등 발표하는 신작마다 화제를 일으키며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 덕분에 1000석이 넘는 대극장에서 여는 국립무용단 연출작도 공연 때마다 매진됐다. 작품성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한국무용의 관객층을 넓혔다는 평가는 일치한다.

11일 세종문화회관 5층 연습실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신작 ‘일무(佾舞)’ 시연회. 자줏빛 치마와 흰색 민소매에 군청색 웃옷을 걸친 무용수들이 7명씩 7열로 도열해 박진감 넘치는 역동적인 군무를 펼쳤다. 무대 세트와 조명이 갖춰지지 않은 ‘연습실 시연’이지만 장식이 거의 없는 의상 디자인만 봐도 누구의 작품인지 짐작할 수 있다. 딱 ‘정구호 스타일’이다.

오는 19~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일무’는 정구호와 서울시무용단의 첫 협업 작품이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국립극장장 재직 시절에 여러 흥행작을 합작했던 정구호에게 작업을 제의해 성사됐다.

이번 작품은 종묘제례악의 보태평과 정대업에서 줄을 맞춰 추는 일무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롭게 풀어낸다. 정구호는 “국립무용단의 ‘향연’에서 일무가 일부분 나오는데 언젠가 이 춤만 갖고 작업하고 싶었다”며 “수십 명의 무용수가 열을 지어 같은 춤을 추는 일무에 들어있는 현대적인 요소를 살려 새로운 전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3막으로 구성된다. 1막에선 일무의 전통적인 동작과 대형을 그대로 살린 춤과 동적인 움직임을 가미해 재구성한 춤을 연속해 보여준다. 2막은 궁중무용인 춘앵전과 가인전목단을 기존 대형과 안무를 유지하며 현대적으로 해석한 춤을 선보인다. 3막은 일무의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새롭게 창작한 ‘신(新)일무’다.

안무는 한국무용가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과 현대무용가 김성훈 김재덕이 함께 작업했다. 이날 시연한 신(新)일무는 한국적인 춤사위가 가미된 현대무용에 가까웠다. 빠르고 역동적이고 힘이 넘쳤다. 김성훈은 “전통 춤의 밀도 있는 동작과 합(合)을 맞추는 통일성은 살리되 우리 시대의 템포에 맞춰 큰 움직임은 작게, 작은 움직임 크게, 직선은 곡선으로, 느린 동작은 역으로 빠르게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정구호는 이전 작품들처럼 이번 공연에서 의상·조명·소품 디자인과 함께 무대를 총연출한다. 그는 “무대는 일체의 장치나 세트 없이 단순한 선과 원이 조명으로 구현된다”며 “제 작품 중 가장 미니멀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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