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명문가 출신 S급 인재 순욱은 왜 '스타트업' 같던 조조 손 잡았을까

입력 2022-05-13 17:08   수정 2022-05-14 00:21

관우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 ‘스카우트 제의’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다. 조조는 관우에게 그야말로 애절한 구애를 했다. 서기 200년 서주(중국 장쑤성)를 점거한 유비를 내쫓은 뒤 포로로 잡은 관우를 극진히 예우하고 선물 공세를 펼쳤다. 지금으로 따지면 글로벌 1위 기업 회장이 망해가는 스타트업 임원에게 “사장으로 모시겠다”고 애원한 셈이다. 하지만 관우는 “형제를 저버릴 수 없다”며 유비에게 돌아왔다.

중국이 위·촉·오로 나뉘고 관우가 형주지역 사령관으로 있을 때(219년)는 손권이 자기 아들과 관우의 딸을 결혼시키자고 제안했다. 오나라로 넘어오면 왕족급으로 대우하겠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관우는 단칼에 거절했다. 《세상의 모든 전략은 삼국지에서 탄생했다》는 이렇게 평가한다. “오랜 친구는 물론 가족조차 이해관계 때문에 멀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관우는 언제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유비와 의리를 지켰고, 이 의리가 촉나라를 만들었다. 이게 바로 ‘내 사람’의 중요성이다.”

저자인 임용한은 《전쟁과 역사》 등 전쟁사(史)를 다룬 대중교양서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다. 이 책에서는 3세기 중국 역사가 진수가 실제 사건을 기록한 역사서 《삼국지》와 14세기 나관중이 살을 붙인 소설 《삼국지연의》의 내용을 현대적 관점에서 비교·분석한다. 이를 통해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처세술과 전략에서 지혜와 교훈을 뽑아낸다.

예컨대 책은 최강 장군 여포가 몰락한 이유로 ‘문화의 벽’을 꼽는다. 여포가 자란 병주(지금의 중국 산시성과 내몽골 일부)는 당시 유목 문화권이었는데, 그는 중원에 진출한 뒤에도 유목민 습관을 고집했다. 유비가 자신을 도와주자 “내 동생으로 삼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의형제를 맺을 때 형·아우 구분 없는 유목민 관점에서 보면 별문제 없지만, 유비를 비롯한 중국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고 건방진 행동이었다. 이런 일이 쌓이면서 그의 평판은 바닥을 쳤다.

책에는 직장인이나 경영자 입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조언도 여럿 담겨 있다. 예컨대 조조의 모사인 순욱은 명문가 출신에 ‘스펙’도 좋은 S급 인재였다. 하지만 한나라 조정과 원소 등의 초빙을 뿌리치고 상대적으로 세력이 미약한 조조 밑으로 들어가 위나라를 삼국지의 ‘최후 승자’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공무원과 대기업을 마다하고 스타트업에 들어가 ‘대박’을 낸 셈이다. ‘과거의 기준에 연연하지 말고 개척자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게 책의 교훈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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