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이 다 파산한 뒤 신한울 3·4호기 공사가 재개되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원자로 원료 공급장치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는 S사의 최모 대표는 기자에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원전 관련 일감이 작년부터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며 신한울 3·4호기를 2025년 착공하기로 한 정부를 성토했다. 지금처럼 ‘일감절벽’ 상황이 지속되면 원전 부품업체들 중 버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했다.
원전 부품업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당선인 시절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창원을 다시 한국 원전산업의 메카로 우뚝 세우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환호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늦어지면서 그 기대가 절망으로 바뀐 것이다.
대부분의 원전업체들은 신고리 5·6호기의 부품 납품이 사실상 마무리된 2020년부터 ‘개점휴업’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탈원전’을 선언한 뒤 신규 원전 건설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280여 개 원전 부품업체가 밀집한 창원의 경우 수만 명의 직원들이 ‘생존 위기’에 몰렸다. 원전 부품업체 이엠씨의 김홍범 대표는 “과거 수주하려고 투자를 많이 했는데 문재인 정부 때 예고 없이 탈원전 정책을 발표하는 바람에 일감이 급감했고 직원 월급 주기도 어려워 은행 대출로 버텨왔다”며 “이런 상황이 1~2년 더 지속되면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원전 업체가 고사할 것”이라고 했다. 창원의 한 원전업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허탈한 상황이 돼버렸다”며 “정부가 현장의 절박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전 부품회사 관계자는 “하루하루 희망고문을 받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이에 대해 기업 현장에선 “원전산업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과거에 이미 한 차례 환경영향평가를 한 만큼 새로 환경영향평가를 할 땐 아무리 길어도 1년6개월이면 된다는 게 원전업계의 시각이다. 환경영향평가 자료 수집은 6개월이면 충분한 데다 과거에 제출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울 3·4호기 사업부지 바로 옆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사후환경영향조사 자료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원전 생태계 부활의 긴급성을 인정한다면 ‘변경사항이 경미한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수 있다(환경영향평가법 32조)’는 조항의 적용도 검토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올해 말 10차 전력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반영해 이르면 내년부터 착공할 수 있다는 게 원전업계의 생각이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지연되면 원전 부품업계가 고사할 수 있는 데다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도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2025년 재개할 경우 2030년 준공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이 경우 원전 비중을 높여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 40% 감축)’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재점검해야 한다.
이지훈/창원=김해연/함안=민건태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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