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반한 이 회사의 첨단 기술…"애플도 한 수 아래"

입력 2022-05-19 14:59   수정 2022-05-20 08:26


애플 아이폰을 제외한 전세계 스마트폰엔 대부분 'C타입'(USB-C)의 충전단자가 있다. 충전기를 수없이 많이 끼웠다 빼도 손상되지 않고, 바닷물에 들어가거나 습기에도 부식되지 않는 내마모성과 내식성 등이 필요해 첨단 표면처리(도금)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대중화된 무선 이어폰의 충전단자 '포고핀' 역시 피부에 장시간 닿여도 알러지가 없어야하고 변색이나 부식 발생도 막는 고급 도금 기술이 들어간다. 세계 1위 판매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3대 중 2대의 충전단자엔 국내 한 중소기업의 첨단 도금 기술이 들어간다.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의 경우 100% 이 회사 도금 기술이 들어간다. 세계 최고 스마트폰 기술의 뿌리엔 초정밀 도금 국내 1위 업체 명진커넥터가 있었던 것이다. 명진커넥터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용 도금 매출이 급증하면서 2025년 매출 1000억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에 첨단 도금 기술 제안...애플도 따라올수 없는 원가경쟁력
스마트폰 부품 가운데 가장 내구성과 내마모성, 내식성, 방수성이 필요한 곳은 충전단자다. 명진커넥터의 도금 기술이 들어간 스마트폰 충전단자는 한 번에 2만번이상 충전기를 끼웠다가 빼는 '삽발시험'에도 도금층이 마모되지 않는 내마모성을 갖췄다. 바닷물(염수)과 고온·고습 환경에서도 부식을 막는 내부식성, 바닷물이나 일반 물이 젖은 상태에서 전원까지 연결된 극한의 환경에서도 저항할 수 있는 품질을 갖췄다. 이를 가능케한 것은 최적의 도금 사양과 정밀한 도금처리 덕분이다. 명진커넥터는 현존하는 합금 도금 중 최고의 내식성과 내마모성을 자랑하는 로듐-루테늄 합금 도금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술력을 가진 업체다. 또 금보다 2배이상 내마모성이 강한 팔라듐-니켈 합금 도금도 2010년 국내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 단위로 정밀하게 점·면형태의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도금하는 '스폿 플레이팅'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회사의 도금 기술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 뿐만 아니라 S시리즈, A시리즈, M시리즈 등의 충전단자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이유다. 연간 판매되는 갤럭시 스마트폰 2억8500만대 가운데 70%가량은 이 회사의 도금 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귀에 장시간 꽂아야하는 무선이어폰의 충전단자는 1㎜정도의 작은 크기라 정밀하면서도 변색·부식되지 않고 피부 알러지가 생기지 않게 도금처리해야한다. 과거 도금업계는 내마모성이 좋은 니켈에 금도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오랜 사용으로 금도금이 벗겨질 경우 니켈이 피부에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였다. 명진커넥터는 2019년 니켈을 완전히 뺀 팔라듐-금 도금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갤럭시 버즈를 만드는 삼성전자에 도금 사양 변경을 제안했다. 마침 중국 도금업체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명진커넥터 기술로 완전히 갈아탔다. 현재 연간 2100만대 가량 전세계에 판매되는 갤럭시버즈의 충전단자엔 전량 이 회사의 표면처리 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의 충전단자를 만들때 들어가는 원가비용은 삼성전자보다 애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커넥터와 같은 첨단 도금 기술이 애플 부품사엔 없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 충전단자를 C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 회사의 도금 기술에 대한 전세계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새로운 공정 기법으로 전기차 배터리시장 도전
명진커넥터의 지난해 매출은 480억원으로 매출의 60%는 스마트폰, 무선이어폰 등 전자부품 도금에서 나왔고 30%는 자동차용 단자, 10%는 가전제품 단자(HDMI, SSD 등) 도금에서 발생한다. 정을연 명진커넥터 대표가 올해 드라이브를 거는 쪽은 최근 매출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다. 현재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에 납품되는 전기차용 배터리 내부에 베터리셀 연결 부품(부스바) 도금을 일정부분 명진커넥터가 담당하고 있다. 부스바의 부식을 방지하고 전기전도성을 높이기위해 주석과 니켈 도금이 들어간다. 이 배터리의 최종 납품처는 현대자동차, 기아, GM, 아우디, 볼보, 푸조 등이다. 삼성SDI의 소형배터리 일부 부품 도금의 경우 이 회사가 100% 공급하고 있다.


명진커넥터는 2년간 연구·개발(R&D) 끝에 기존보다 품질 균일성을 95%, 생산성을 50% 높인 전기차부품 도금 공정 기법(단품 원형 레크 전기 도금장치)을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특허등록도 완료했다. 정을연 대표는 "전기차용 배터리용 도금 생산라인의 가동률은 100%로 현재 증설을 검토해야하는 단계"라며 "올들어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00%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가전부품용 도금 기술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LG전자 제품에도 들어간다.
대형 화재에 공장 폐쇄까지 '겹악재'...옥상 올라가며 버티고 버텼더니
명진커넥터의 도금 기술이 전세계 스마트폰과 전기차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기까진 우여곡절도 많았다. 37년간 '도금 외길'을 걸어온 정 대표는 논산공고 전기과를 졸업한 후 18세인 1985년 경기 부천 원미동의 도금공장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매형인 장수일 명예회장이 1983년 창업한 업체다. 2000년 회사를 물려받은 그는 직접 ‘릴투릴 자동 도금 생산라인'을 개발해 생산량을 10배로 키우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1년 두 번의 대형 화재로 생산라인의 절반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되면서 180억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협력업체로부터 주문받은 물량을 납품하느라 낙심할 겨를도 없었다. 결국 18일만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들고 한 달 만에 제품을 다시 생산해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2년 후인 2013년엔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2016년 아예 폐쇄되면서 또다시 타격을 받았다. 정 대표는 "힘든일이 몰리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그때 건물 옥상에 많이 올라갔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무조건 버텨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당시 삼성·현대차 협력사들도 끝까지 정 대표를 신뢰하면서 거래를 끊지 않아 버텨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고난은 그와 그의 회사 직원들에 보약이 됐다. 그는 "나부터 목숨을 걸고 일에 미쳤더니 직원들도 같이 미치기 시작했다"며 "이제 웬만한 어려움에도 직원들은 흔들리지 않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의 평소 경영철학은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었다.

명진커넥터는 최근 베트남 공장에 금속 가공이 가능한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도금에서 부품 제작까지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정 대표는 "생산라인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오는 2023년엔 매출이 30%이상 뛸 것"이라며 "2025년까지 매출 1000억원대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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