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퇴직기금 OCIO 선정 시작…미래에셋증권·삼성운용 '경쟁력 보유'

입력 2022-05-23 06:51   수정 2022-05-29 15:22

금융투자 업계에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경쟁이 다시 한 번 불붙었다. 국내 첫 공적 퇴직연금 서비스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중소퇴직기금)를 사이에 두고서다. 다만 기대 만큼 치열한 경쟁 양상을 구경하긴 힘들 것이란 게 시장의 중론이다. 업권별로 압도적인 유력주자가 있는 만큼 '결과가 뻔한 입찰'이라는 얘기다.

OCIO 제도란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을 아웃소싱한다는 의미로 연기금과 국가기관, 법인 등이 자금을 외부 투자전문가에게 일임해 운용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전략적 의사결정 권한의 상당부분이 수탁자인 운용기관에 위임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중소퇴직기금 운용기관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공고했다. 증권사 리그와 운용사 리그로 나눠 전담 운용기관을 1곳씩 뽑기로 했다.

중소퇴직기금이란 30명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개별 납입한 적립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 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지난달 처음 도입됐다. 적립금 규모가 작고 운용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개별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사업장으로선 단비 같은 소식이다.

선정된 운용기관 두 곳은 오는 9월부터 중퇴기금 적립금을 운용·관리하게 된다. 아울러 근로복지공단의 중퇴기금 태스크포스(TF)팀에 자산배분과 유동성 추정 등과 관련한 포괄적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 기간은 2026년 8월까지로 총 4년이고 추정보수율은 6bp(0.06%)다.

운용 규모 자체는 매력적이지 않다. 공단은 새로 투자풀을 조성해 하위 운용사에 자금을 배정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의 중소기업 퇴직연금 적립금 4조원가량을 그대로 활용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운용기관들은 기금 운용에 앞서 중소기업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신규 가입자 유치부터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금의 성격만으로도 기업들의 참여 유인은 충분할 전망이다. 이번 입찰은 OCIO 시장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는 첫 사례인 만큼, 위탁운용을 새 먹거리로 낙점한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최초 낙점자'로서 누릴 수 있는 홍보 효과만 감안해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여기에 미가입 중소기업 사업장이 상당한 만큼 기금 규모는 꾸준히 확대될 것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추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중퇴기금 적립금 운용액은 1509억원(사업장 9만5326곳)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해마다 꾸준히 늘려 2026년 들어선 중소사업장 약 53만9826곳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단은 보고 있다. 이 경우 운용액은 10조9382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편 시장에선 응찰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증권사 리그에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응찰을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 등은 검토 끝에 입찰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사 리그의 경우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 등이 입찰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고 삼성자산운용의 단독 응찰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처럼 여러 운용·증권사가 거론되고 있지만, 시장에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자산운용 등 두 곳을 낙점자로 압축하고 있다. 운용 경력(트랙 레코드)이나 퇴직연금 이해도 등이 경쟁사 대비 유리해서다.

다만 일부에선 모집 마감도 전에 유력 낙점자가 거론되는 것은 편중된 제안요청서 내용의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 들린다.

제안요청서에 적힌 평가항목과 배점을 살펴보면 기술능력 평가 90점은 정량 평가 20점과 정성 평가 70점으로 구성된다. 업계는 정량 평가 항목에 최근 3년 기준 퇴직연금 잔고와 증가율 등이 포함된 것을 지적한다. 대형 퇴직연금 사업자에 유리한 평가항목들을 넣은 것은 애초에 미래에셋증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를 보면 퇴직연금 시장 내 미래에셋증권의 점유율은 26.9%다.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거론됐던 한국투자증권(13.8%), NH투자증권(7.1%), 신한금융투자(5.6%), KB증권(5.4%) 등은 여기에 크게 못미쳤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주된 역량은 영업이지, 운용이 아니다. 큰 돈을 잘 굴릴 OCIO 사업자를 뽑는 공고인데 왜 퇴직연금 사업 역량을 평가 받아야 하느냐"며 "이례적으로 정량평가 점수를 10점이 아닌 20점으로 배정한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연구계 한 관계자도 "이번 제안요청서 내용을 두고 업계에서 말들이 많은 상황이다. 선정 가능성이 적은 입찰에 참가할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흥행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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