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은 2012년 11월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원서를 마감한 뒤 이같이 발표했다. 그해 서울 특성화고 71곳에는 정원(1만6730명)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일부 특성화고에는 전교 1등 학생이 지원하거나 합격자 평균 내신 성적이 상위 15% 안팎에 달하기도 했다.
10년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정부 지원도, 기업 채용도 줄면서 특성화고를 비롯한 직업계고 상당수가 정원조차 채우지 못해 시름에 빠져 있다. 이대로라면 대규모 통폐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도 교육감들은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폐지와 혁신학교 확대 경쟁에만 골몰했다. 직업계고 학생의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며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기업들은 고졸 인재를 더 외면하게 됐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이 직접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을 챙겼지만 이후엔 과거 정부 정책이란 굴레가 씌워져 외면받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직업계고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통폐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12년 전통의 덕수상고(현 덕수고 특성화계열)는 2024년 경기상고로 통합된다. 성수공고도 같은 해 인근 휘경공고로 통합되면서 서울 지역 공고로는 첫 폐교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학령인구 감소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2011년 서울 중학교 3학년 학생은 11만3675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만7623명으로 10년간 41% 급감했다. 그만큼 대학 진학이 쉬워지자 직업계고가 외면받는 것이다. 김새봄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장은 “일반고도 학령인구 감소로 타격을 받고 있지만 직업계고는 그 피해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직업계고의 취업 부진은 전체 고졸 고용률을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고졸 청년의 고용률(63.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졸업 후 첫 직장을 갖는 입직 소요 기간은 평균 35개월로 대졸자(11개월)의 세 배 수준이었다.
현장에선 학교와 교육청의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정부 부처를 독려해 미래 산업 변화를 반영한 비전을 제시하고 직업계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직업계고 졸업생 채용 기업에 1명당 최소 1500만원의 세제 혜택을 부여한 것처럼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 공업계고 회장을 맡고 있는 신승인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고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부정적 인식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며 “선진국처럼 국가가 책임지고 중등단계 직업교육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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