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로 폐기물 처리…대기업·VC, 먼저 찾아가 손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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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23 15:18   수정 2022-05-23 17:15

첨단기술로 폐기물 처리…대기업·VC, 먼저 찾아가 손잡는다

힙한 스타일의 후드티를 입은 젊은 직원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실어나르고, 청바지 차림의 20대 최고경영자(CEO)는 분리수거함을 돌아다니며 수거 상황을 살핀다. 남들이 보면 ‘환경미화원이나 자원봉사 단체는 아닌데…. 대체 뭐하는 청년들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풍경이다. 요즘 주목받는 ‘웨이스트(waste) 테크’ 스타트업의 풍경이다.

웨이스트 테크 스타트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각종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초기 벤처기업을 뜻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류가 확산하면서 대기업과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의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들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러브콜’이 뜨겁다.
○네이버, 재활용 스타트업과 협업
네이버는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 제2사옥 ‘1784’에 슈퍼빈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재활용품 회수 기기인 네프론을 28대 설치했다. 네프론은 기존 자판기와 비슷한 모양으로 페트병·캔 등 일회용품을 투입구에 넣으면 알아서 선별·분리하고 이용자에게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로봇 친화형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불리는 네이버의 제2사옥은 네이버가 건물 설계 초기부터 친환경을 강조하며 세웠다. 슈퍼빈은 올해 네프론 사업을 확대해 운영 규모를 현재 482대에서 연내 1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연간 30t 이상 나오는 맥주 부산물을 해결하는 방안을 스타트업을 통해 찾았다. 푸드 업사이클 스타트업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의 부산물로 에너지바, 시리얼 등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친환경 용기 전문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제조하고, 해당 용기를 수거해 양사가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와 SK텔레콤은 지난해 플라스틱 컵을 줄이는 ‘에코제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친환경 서비스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과 협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ESG 관련 사업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는데 내부 역량으로 바로 해결할 수 없어 관련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이스터에이블는 ‘오늘의 분리수거’로 널리 알려졌다. 쓰레기 분리 수거 시 사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폐기물 수거율과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 AI 기반 자원순환 재사용 서비스인 ‘랄라루프’를 소개하기도 했다.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소비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웨이스트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도 몰리고 있다. 폐기물 수거 서비스 ‘오늘수거’의 어글리랩은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투자금은 비공개다. 서호성 어글리랩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버킷플레이스가 보유한 다양한 고객 경험 및 물류 기술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웨이스트 테크 스타트업 등에 투자할 ESG 펀드를 직접 조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지난 3월 400억원 규모의 ESG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는 탄소 저감 등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육성에 전액 투자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작년 8월 200억원 규모의 ESG 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지난해 12월부터 ESG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제조업체 중에선 LG화학이 스타트업 펀드 조성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신한은행과 1000억원 규모의 ‘ESG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9월엔 롯데케미칼이 500억원 규모의 ESG 전용 펀드를 만들었다. 투자한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고, 이를 통해 자사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주된 목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ESG 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얻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주완/최다은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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