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대한항공·팬오션 등, 석 달 새 외화수입 7조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5-24 16:22   수정 2022-05-26 09:58

해운업계의 터널은 길었다. 2017년 해운업계 맏형인 한진해운이 공중분해됐다.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현 HMM)도 2013년부터 알짜 운송사업부와 터미널 등을 매각하는 등 적자 구조가 굳어졌다. 비슷한 시기 유동성 위기를 겪던 팬오션을 비롯한 벌크선(유연탄·철광석 등을 나르는 선박) 업체들도 선박을 구하지 못해서 글로벌 펄프업체인 피브리아 등과 맺은 장기운송계약이 깨지는 등 고통을 겪기도 했다.

해운사들의 부진은 운송수지 적자로 이어지는 등 한국 경제의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2020년에 반전이 일어난다. 해상·항공 화물 운송료가 폭증하면서 해운사들과 항공사 실적이 반등했다. ‘달러 가뭄’으로 몸살을 앓는 외환시장에 안전판 역할을 한 것은 물론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적잖은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사 선전...운송수지 흑자전환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운송수지 흑자액은 57억6000만달러(약 7조3170억원)를 기록해 작년 1분기 흑자(22억3000만달러)에 비해 158.2% 불었다. 역대 최대치다. 운송수지(운송수입에서 운송지출을 뺀 금액)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으로 한국 해운사·해운사가 화물·인력을 운송하고 해외서 받은 운송료 순수익을 말한다.

올 1분기 운송수지 흑자는 같은 기간 제조업체의 제품 순수출을 뜻하는 상품수지 흑자(104억달러)의 절반을 웃돌았다.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경상수지(상품수지와 운송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의 합계)의 적자전환 우려가 적잖았다. 올 1분기에 경상수지 흑자(150억6000만달러)를 유지한 배경의 하나로 운송수지의 선전이 꼽힌다.

운송수지는 외환위기가 찾아온 1997년 직후만 해도 흑자를 이어가던 외화벌이 창구로 통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팬오션 등 글로벌 해운업계를 주름 잡던 업체들이 꾸준한 실적을 낸 덕분이다. 하지만 해운사 운송료가 내려가면서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한 2016년 2분기부터 2020년 2분기까지 운송수지는 적자를 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했다.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도 2013년부터 알짜 운송사업부 등을 매각하며 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
환율 1300원선 방어한 해운사·항공사
해운업계는 2020년부터 터널을 빠져나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올들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면서 운송수지 흑자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진해운에 이어 업계 맏형 자리를 물려받은 HMM이 올해 1분기에 매출 4조9186억원, 영업이익 3조1486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102.6%, 208.9% 늘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올 1분기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영업이익으로 각각 1691억원, 73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245.8%. 80.6% 증가했다. 해운업계의 '깜짝 실적'을 이어간 것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등 운임료가 폭등한 결과다. SCFI 1분기 평균은 4851포인트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74.5%나 뛰었다. 여기에 2015년부터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업계 구조조정 영향으로 화물을 나를 선박이 부족한 사태까지 겹쳤다.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를 운영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1분기에 영업이익으로 7884억원, 1769억원을 올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선전한 해운사·항공사는 운송수지가 흑자를 거둔 것은 외화조달에도 힘을 보탰다. 해운사·항공사가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했다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일찌감치 돌파한 것은 물론 외국계 자본의 유출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제 신용평가사가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의 핵심 펀더멘털 지표로 삼는 경상수지를 꼽는다. 운송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흑자폭을 불리면서 한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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