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안락사 입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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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25 17:24   수정 2022-05-26 00:23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였다. 인공호흡기를 떼면 사망할 것이 분명한 환자를 보호자의 강력한 요구로 퇴원시킨 의사가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았다. 의사들은 지금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면 ‘어디까지 치료할 것인지’ 보호자와 상의부터 한다. 인공호흡기나 ECMO(체외생명유지술) 등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와 그 범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존엄사법)이 제정돼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되긴 했지만, 소극적인 범주의 존엄사만 인정하는 현행 법이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웰빙 못지않게 웰다잉이 중요해진 시대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웰다잉의 중요한 조건이다. 소극적 안락사로 분류되는 연명의료행위의 유보 또는 중단뿐만 아니라 독극물 주입이나 산소 차단 등으로 삶을 끝내는 적극적 안락사까지 법적으로 허용하자는 의견이 늘고 있는 이유다.

적극적 안락사는 크게 두 가지다. 의사가 직접 독극물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일반적인 안락사와 의사가 처방한 독극물을 환자가 직접 복용하거나 주입하는 의사조력자살(PAS)이다.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PAS를 결정해 주목받았는데, 국내에서는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법제화 여부는 엇갈린다. 미국은 1997년 오리건주를 필두로 워싱턴·콜로라도·캘리포니아·뉴저지 등 12개 주에서 PAS를 법제화했고, 다른 주들도 논의 중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스페인 등도 PAS를 허용한다. 스위스에선 조력자살을 돕는 캡슐 형태의 기구도 최근 등장했다.

국민의 76.3%가 안락사 또는 의사조력자살의 합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성인 10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2016년 조사 때 50.0%였던 찬성 의견이 약 1.5배로 늘었다.

안락사에는 도덕적·법적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경시될 가능성과 적극적 안락사의 악용 및 남용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 살인을 안락사로 위장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환자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입법화를 모색하되 부작용은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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