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도 ETF처럼 쉽게 사고판다

입력 2022-05-26 17:08   수정 2022-05-27 00:57

정부가 비상장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도입하기로 했다. BDC는 비상장주식과 코스닥·코넥스시장에 상장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상장지수펀드(ETF)처럼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첫선을 보일 전망이다. 그동안 고액자산가와 전문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진 비상장주식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장주식 투자 문턱 낮춰
금융위원회는 26일 BDC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BDC는 일정 요건 이상의 자산운용사, 증권사, 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이를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자산의 60% 이상을 비상장 기업과 코넥스시장 상장사, 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 코스닥시장 상장사 등으로 채워야 한다.

BDC는 설립 후 90일 내 한국거래소에 상장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이나 ETF처럼 BDC를 한국거래소에서 사고파는 방식으로 비상장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그동안 비상장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소 비상장’ 등 전문 플랫폼을 이용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가 한결 용이해진다.

투자자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한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운용 자산의 20%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BDC가 투자하는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하도록 하고, 자산총액의 10% 이상을 국채·통안채 등 안전자산에 넣도록 했다.
○벤처기업 자금 조달 통로 확대
BDC는 기존 모험자본 투자기구인 벤처투자조합,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공모펀드의 한계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VC가 운용하는 벤처투자조합은 창업 초기 기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BDC는 공모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초기 기업뿐 아니라 성장단계 기업까지 폭넓게 투자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의 참여가 금지된 PEF와 수시 환매를 이유로 비상장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공모펀드와도 차별화된다.

벤처기업 입장에선 BDC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BDC는 설정 후 환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존속 기간인 최소 5년간 중장기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벤처투자조합이나 공모펀드와 달리 기업에 대한 대출도 가능하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일부 혁신기업은 지분율이 희석되는 지분 투자 대신 차입을 선호해 수요에 맞는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BDC가 투자 상품의 다양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금융위가 시장참여자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한 결과 39개 금융투자회사가 1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BDC 상품이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로 이송한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본회의 등을 통과하면 법안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고 과장은 “올해 하반기 중 하위법규 개정안 등 세부 도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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