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한계 느낀 인텔, 삼성에 손 내미나

입력 2022-05-30 18:00   수정 2022-05-31 00:5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서울에서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반도체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다투는 경쟁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협력한다는 것만으로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이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한 반도체 설계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등 전체 반도체 시장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차세대 CPU와 메모리 반도체를 함께 개발할 경우 각 시장 1위인 인텔과 삼성전자의 지위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의 협력은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따라잡을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도체 종가들의 만남
삼성전자와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 기업이다. 인텔은 CPU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종가로 불린다.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전통 강자는 인텔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8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2위로 밀렸다가 지난해 94조1600억원(약 82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790억달러에 그친 인텔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경쟁 기업이긴 하나 두 기업은 서로가 없으면 시장 1위 지위를 다지기 힘들 만큼 상호 간 의존도가 높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개발하는 데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와의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CPU 시장에서 세계 표준을 이끌며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을 위해 오랜 기간 메모리와 CPU 간 호환성 테스트를 하는 등 ‘미래 개척’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이번 만남도 차세대 반도체 호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리였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최첨단 D램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인텔의 검증 없이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CPU 부문에서 세계 최강자인 인텔의 데이터센터, 서버 플랫폼 등에서 차세대 D램이 문제없이 작동해야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해당 제품의 경쟁력을 믿고 구매하기 때문이다.
○인텔, 파운드리에서 삼성 도움 필요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파운드리 부문 논의에 대해서도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텔이 일부 제품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겔싱어 CEO는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또 최근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 개발을 수행할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텔 파운드리의 기술력을 두고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인텔이 불과 4년 전인 2018년 7㎚ 공정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파운드리 사업을 철수했기 때문이다. 7㎚ 공정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곧바로 2㎚ 공정으로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8㎚ 공정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율(문제없는 양품의 생산 비중)과 생산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반도체 주문 급증으로 파운드리 몸값이 올라가면서 인텔조차 CPU를 제외한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하기 힘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에 재진출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공장 설비를 구축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겔싱어 CEO는 2021년 1월 실적 발표에서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한 외부 파운드리 사용은 더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인텔이 주력 제품인 CPU는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칩셋 등 제품은 삼성전자와 TSMC 등에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같은 제품을 두고 TSMC와 정면 승부를 겨룰 기회”라며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정지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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