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굶어 모은 11원입니다…이순신장군 묘 지켜주세요"

입력 2022-05-30 17:37   수정 2022-05-31 00:17

“불행히도 남의 나라(일제 치하 조선)에 사는 신세지만 항상 조국을 생각해 왔습니다. 거북선을 만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토(位土·묘소 관리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토지)가 경매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밥을 지을 때마다 쌀을 한 홉씩 덜어 이를 판 돈 50전을 보내오니, 땅을 지킬 수 있기를 천만번 비나이다. 서소선 박순이 올림.”

1931년 5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충무공 유적보존회’에는 성금을 넣은 이런 편지가 2만 통 넘게 접수됐다. 충무공 후손들의 가세가 기울어 묘소와 위토가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에 국내는 물론 해외동포까지 나선 것. 모인 성금은 총 1만6000원으로, 충무공 후손들의 빚(2272원)을 갚고도 넉넉히 남을 규모였다. 보존회는 이 돈으로 위토를 사들인 건 물론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헐었던 충무공 사당인 현충사도 다시 지었다.

문화재청은 모금 운동 당시 국내외 동포들이 보내온 편지와 성금 대장(사진), 현충사 관련 지출 내역 등을 모은 ‘일제강점기 이충무공 묘소 보존과 현충사 중건 민족성금 편지 및 자료’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자료에는 괴산 연광학원 학생 60여 명이 십시일반으로 1원을 모으고, 평양 기독병원 간호부 40명이 점심을 굶어가며 모은 11원을 기부한 사례 등이 담겨 있다. 일본과 미국, 멕시코 등에 있던 한인과 유학생 등의 편지도 포함됐다.

이 유물들은 충무공 고택안 창고에 보관돼 있다가 2012년 발견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을 결집시켰던 성금운동과 현충사 중건 등 민족운동 전반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유물”이라며 “현충사 중건 90주년을 기념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또 ‘박상진 의사 옥중 편지 및 상덕태상회 청구서’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비밀 독립운동 단체 광복회를 결성하고 총사령을 지낸 박 의사(1884~1921)가 일제에 체포돼 투옥됐을 때 동생들에게 쓴 편지와 광복회의 비밀 거점이던 상덕태상회 규모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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