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미국 위 나는 러시아"…원산지 속여 미국에 원유 수출

입력 2022-06-01 22:03   수정 2022-06-23 00:02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국가가 러시아의 돈줄을 죄려 원유 수입을 잇달아 금지했지만, 러시아 원유가 여전히 시장에 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유 함량을 낮춰 혼합유로 바꾸거나 선적지를 바꿔 규제를 피한 것. 제제 강도가 거센 미국에서도 러시아산 원유가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핀란드 헬싱키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CA)의 보고서와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원유가 인도 정유소를 거쳐 대서양 너머로 운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러시아 원유 주요 수입국 중 하나다.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중 일부는 미국 뉴욕과 뉴저지주에 하역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원유 수출업체들이 서방국가의 제재를 피해 원산지를 은폐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원유를 휘발유, 경유, 혼합유 등 정제된 제품으로 둔갑해 제재를 뚫었다. 해상에서 선박 간의 원유 거래도 활발해졌다. 과거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이란이 썼던 편법이다. 소형선이 대형 유조선으로 원유를 실어나려 선적지를 속이는 것. 해운 중개업자들은 값싼 러시아산 대거 사들였다. 지난 2월 개전 이후 우랄 원유 가격은 브렌트유보다 배럴 당 34달러 이상 낮아졌다.

혼합유가 대중화된 미국의 감시망은 더 느슨했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대러 제재에 착수해 원유 수입을 금지했다. 디젤 등 혼합유의 활용도가 높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지속됐을 거라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제품 원재료의 25%를 담당하는 국가를 원산지로 표기한다. 다만 OFAC는 디젤과 가솔린 등 정제유에는 명확한 규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은 지난 3월 하락했다 4월 반등했다.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30달러 이상 가격이 내려가자 인도가 하루 80만배럴씩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 에너지 재벌인 릴라이언스 그룹은 전쟁 발발 전보다 7배 많은 우랄 원유를 매입했다. 총매입량의 20%에 육박했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러시안 원유로 고급 합성 휘발유인 ‘알킬레이트’를 제조한 뒤 미국 뉴욕항에 하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CRECA의 수석애널리스트인 라우리 밀리비르타는 “인도의 릴라이언스그룹은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한 뒤 단기 원유 매매 시장에서 미국 수입자를 찾아 거래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CRECA는 러시아의 군자금 원천을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 원유 가격이 급락한 뒤 인도의 정제유 수출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급증했다. 유럽을 향하는 유조선의 일일 선적량은 전분기에 비해 3분의 1 이상 증가했고, 미국행 유조선의 경우 43% 증가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은폐하는 업자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이란을 제재했을 때처럼 금융사들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을 염려한 탓에 아예 추적이 불가능할 정도로 원유를 희석해버린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의 해운 데이터업체인 윈드워드는 “아예 GPS 장비를 끄고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도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원유가 흘러간 경로를 추적하는 게 한층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선 아예 운송비용을 감춰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러시아산 원유를 취급하는 해운사와 보험사가 줄어들어서다. 또 해상에서 선박끼리 원유를 주고받으며 ‘원산지 갈이’를 하는 탓에 해운 비용이 전쟁 전보다 높아졌다. 운송비용이 상대적으로 급증한 화물이 쉽게 추적될까 봐 감추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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