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C, PET 필름 사업 한앤컴퍼니에 1조6000억원에 매각

입력 2022-06-02 16:30   수정 2022-06-02 17:55

이 기사는 06월 02일 16: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C가 폴리에스터(PET) 필름 사업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을 키우기 위해 회사의 모태인 필름 사업을 넘기는 선제적 구조조정이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C는 다음주 중 이사회를 열어 필름 사업을 하는 인더스트리 소재 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한 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금액은 약 1조6000억원이다.

필름 사업은 SKC의 모태 사업이다. 1977년 PET 필름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1980년 내놓은 컬러비디오테이프로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디스플레이용, 포장용, 산업용 필름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1조30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전체 매출 약 3조3960억원 중 3분의 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가장 크다. 세계 시장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필름 사업은 여전히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지만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도 떨어지면서 매각 대상으로 검토돼 왔다. 올해초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한 SKC는 특히 친환경 소재 기업을 표방하고 있어 PET필름 매각은 사업 재편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시장은 인식해왔다.

SKC는 필름 사업을 팔아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공장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SKC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SK넥실리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동박, 압도적 1위 노린다
SKC가 동박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9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동박 회사인 KCFT를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다. SKC는 당시 향후 10년 내 전기차 시장이 본격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동박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 SKC는 KCFT를 인수한 뒤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사명을 SK넥실리스로 바꿨다.

예상은 적중했다. 동박 시장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에 힘입어 동박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면서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2차전지용 동박 수요는 2025년 159만t으로, 지난해보다 3.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용 동박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이다. 얇고, 넓고, 길게 만들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SK넥실리스는 동박 분야 글로벌 1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넥실리스는 동박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했고, 이어 왓슨(중국), 창춘(대만)이 각각 19%, 18%의 점유율로 바짝 뒤쫓고 있다. 국내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가 점유율 13% 수준이고, 솔루스첨단소재도 공격적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산 동박의 경우 아직은 품질 면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산 동박의 경우 품질도 우수해 경쟁 기업이 생산 규모를 늘리면 SK넥실리스를 위협할 수 있는 구도다. SK넥실리스의 주요 고객사는 그룹 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계열사인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이다.
추가 매각 가능성도
SK넥실리스가 경쟁업체들과 점유율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발빠르게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SKC는 이를 위해 해외 생산기지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오는 2025년까지 25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 5만t 규모에 머물고 있는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국내외를 합쳐 총 25만t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넥실리스는 지난해 7월 연산 5만t 규모의 말레이시아 공장을 착공했다. 올해 2분기 내로 같은 규모의 폴란드 공장을 착공하고 중장기적으로 유럽 내 생산 규모를 추가로 5만t 늘려 10만t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올해 연말까지 미국에도 공장 부지를 선정해 2025년까지 5만t의 동박을 생산할 계획이다.


대규모 동박 공장을 해외 각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짓기 위해서는 단기간 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SKC가 산업소재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심한 것도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SKC는 앞서 지난해 12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협약을 맺기도 했다. 앞으로 동박 사업 확대를 위해선 추가적인 공장 증설이 불가피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사업부를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 주인이 된 핸앤컴퍼니는 필름소재 사업의 안정성을 보고 인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필름 사업은 고성장 분야는 아니지만, IT·디스플레이, 자동차용에 들어가는 필름 수요가 꾸준히 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내는 분야다. 한앤컴퍼니는 2019년 당시 SKC와 코오롱의 폴리이미드(PI) 필름 생산 합작법인인 SKC코오롱PI가 회사를 매각할 당시에도 인수를 적극 검토한 바 있다.

김채연/남정민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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