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단 1명만 남기까지 34만4912일 11시간16분 35초"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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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6-04 08:16   수정 2022-06-04 08:19

"어린이 단 1명만 남기까지 34만4912일 11시간16분 35초"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2966년 10월5일 일본의 어린이(0~14세)는 1명만 남는다.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 기능을 상실한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이 그린 2027년이 가상의 공간이라면 도호쿠대학의 '어린이 인구 시계'는 현실이다.

일본의 출산율이 이대로라면 2022년 6월4일 7시17분 8초 현재 1460만5012명인 일본의 어린이는 매초 줄어들어 34만4912일 11시간16분 35초 후 1명이 된다.

미혼 여성 4명 중 1명 "출산 상상도 못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1년 출산율이 1.30명으로 6년 연속 감소했다고 4일 발표했다. 2020년보다 0.03명 줄었다. 일본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 2.06명은 물론, 정부 목표치인 1.8명에도 크게 못미쳤다. 출산율이 1.5명 미만이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81만1604명으로 1년 전보다 2만9231명 줄었다. 통계가 남아있는 1899년 이후 122년 만에 최소다. 출생아수가 6년 연속 최저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15~49세 여성인구가 감소한데다 20대의 출산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7년 빨리 출생아수가 81만명대로 줄었다. 2049년으로 예상한 '일본 인구 1억명 붕괴' 시점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결혼이 줄어든 것도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2021년 일본의 결혼건수는 50만1116쌍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소였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보다 10만쌍 줄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출산율이 지난해부터 회복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지난해 출생아수는 366만명으로 7년 만에 증가했다. 출산율도 1.66명으로 0.02명 늘었다. 프랑스의 지난해 출산율도 1.83명으로 전년보다 0.01명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 의욕이 심각하게 떨어진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구 1000명당 혼인율이 2019년 4.8에서 2020년 4.3, 2021년 4.1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부부가 갖고 싶어하는 아이의 수도 지난 30년간 줄어들어 2015년 2.01까지 떨어졌다.

후지나미 다쿠미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혼여성의 4분의 1이 '출산하는 인생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초저출산국 일본보다 심각한 한국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이 여성의 출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일본 여성은 가사와 육아에 쏟는 시간이 일본 남성보다 5.5배 많다. OECD 평균은 2배를 넘지 않는다. 한국도 여성의 가사·육아 노동시간이 남성의 4배를 넘었다.

내각부의 2021년 조사에서 '자기 나라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스웨덴은 97.1%,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82.7%, 77.0%였다. 일본은 38.3%에 불과했다.

일본은 출산율이 1.57명으로 2차대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1990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작했다. 30년간 저출산 대책을 실시했지만 2019년 육아지원 등 가족 관계 사회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73%에 그쳤다. 스웨덴(3.4%)과 프랑스(2.88%) 등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에 비해 크게 뒤진다.

초저출산국 일본이지만 한국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낫다. 한국의 2020년 출산율은 0.84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본의 출산율이 6년째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20년째 1.3~1.4명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다.

사상 최저 기록인 2005년 1.26명보다 여전히 높다. 반면 한국은 1.2명대였던 출산율이 0.84명까지 곤두박질치는데 5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일 양국 모두 출산 후 육아지원에 집중된 저출산 대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 의욕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쓰다 시게키 주쿄대 교수는 "소득수준이 낮은 젊은 세대에 경제적인 지원을 늘려야 결혼과 출산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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