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동해상으로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한국과 미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을 마친 지 하루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날의 실험이 여러 목표물을 동시 타격할 능력을 갖췄음을 과시하려는 목적과 함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견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은 SRBM 발사 직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북한이 올해만 약 9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며 “상시 대비 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훈련을 포함한 한·미 확장 억제력과 연합방위 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을 최근 이뤄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동 및 한·미 항모강습단 훈련에 대한 반발로 보고 있다. 한국 해군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미국 해군과 함께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을 했다.
한국에서는 환태평양훈련(RIMPAC) 참가를 위해 이동 중인 1만4500t급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과 7600t급 구축함 세종대왕함 등이 투입됐고, 미군에서는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동원됐다. 한미연합훈련에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것은 4년7개월 만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에 필요한 준비를 대부분 마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기 결정만 남겨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조만간 열릴 노동당 전원회의 때까지 북한이 수차례 시험 발사를 할 수 있다”며 “미사일 발사 후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단행을 결정하는 대외 메시지를 발표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군사매체 더워존은 마하 1.2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미 전략 폭격기 B-1B(랜서) 4대가 괌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유사시 2시간이면 한반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거리다. 북한의 핵실험 동향에 따라 미국이 해당 폭격기를 동원해 무력시위나 북한 인근 정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범진/김인엽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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