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일본 부활' 믿었지만…'잃어버린 50년' 걱정할 판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06-10 07:39   수정 2022-06-10 08:55


많은 일본인들은 2021년을 '일본 부활의 해'로 믿었다.

쓰루미 슌스케와 같은 저명 사회학자들이 주창한 ‘일본 근대사 15년 주기설’이 근거였다. 군국주의(1931~1945년), 전후 민주주의(1946~1960년), 고도성장기(1961~1975년), 저성장기(1976~1990년), 잃어버린 시기(1991~2005년), 재생모색기(2006~2020년) 등 근대 일본이 15년마다 대전환기를 맞았다는 가설이다.

일본의 국력이 25년 마다 성쇄를 반복한다는 '25년 단위설'도 있다. 15년 주기설과 25년 단위설의 공통점은 2020년이 일본 쇠퇴기의 마지막 해라는 점이다. 2021년부터 일본이 본격적으로 일어서리라고 믿은 일본인이 많았던 이유다.
15년·25년 주기설 다 빗나가
2019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558조4912억엔(약 5221조6135억원)으로 버블(거품) 경제 시대를 뛰어넘으면서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일본이 하염없는 추락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부활의 싹은 2021년이 오기도 전에 코로나19에 의해 잘리고 말았다.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2분기 일본의 GDP(연율 환산)는 512조4616억엔으로 반년 만에 46조엔 증발했다. 확산 2년을 맞은 올 1분기 일본의 GDP(542조엔)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이 일본의 해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 지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국력의 순환주기가 '40년 주기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논설주간을 지낸 작가 미즈키 요가 주장한 가설이다. 러일전쟁 승리(1905년), 제2차 세계대전 패배(1945년), 플라자합의 이전까지의 고도성장기(1985년)까지 일본의 국력이 40년마다 부침을 거듭한다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은 1985년 이후 40년간 이어진 내리막길을 끝내고 3번째 상승기를 맞는다.

믿었던 2021년에도 침체가 이어지자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노출된 약점을 개선하는 구조개혁 없이 국력의 상승기가 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술력 강화는 경제대국 일본이 부활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꼽힌다.

일본은 소재 부품 장비 등 기초 제조기술 분야에서 독일과 함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일본인 의식조사에서 유일하게 경제력만은 '일본이 강하다(2021년 기준 58%)'고 믿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2007년 16개로 세계 1위였던 일본의 기술올림픽 국제대회 금메달수는 2019년 2개로 줄었다.

무엇보다 세계적 흐름인 탈석탄·디지털 시대에 일본의 제조기술이 계속 통할지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보기술(IT)산업 등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은 시대에 일본이 유연하게 변신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미국은 차세대 기술의 플랫폼, 유럽연합(EU)은 표준규정 제정 등 큰 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반면 일본은 한국 중국과의 하드웨어 경쟁에만 시선을 뺏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전기자동차 시장만 하더라도 미국은 플랫폼과 OS(기본 소프트) 등 생태계를 지배하려는 전략을 짜는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는 '몇년까지 전기차를 몇종 발매한다'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시대 전환 20년 더 걸린다"

2013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선정한 '세계 50대 혁신기업'에 일본 기업은 도요타(5위) 소니(11위) 혼다(18위) 소프트뱅크그룹(27위) 패스트리테일링(33위) 닛산자동차(38위) 등 6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2020년 50대 혁신기업에 포함된 일본 기업은 소니(9위) 히타치(29위) 도요타(41위) 등 3개 뿐이었다.

상장사의 혁신성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주식시장 매매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M&A 회전율'이 사용된다. 상장사 주식이 1회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미국은 34년, 독일은 69년인데 비해 일본은 99년이었다. 일본 상장기업의 혁신성이 그만큼 더디다는 의미다.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도 일본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골드만삭스와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0년 22기가와트(GW)에서 2025년 39GW로 2배 늘어난다. 같은 기간 47GW와 192GW였던 미국과 중국의 생산능력은 205GW와 754GW로 증가한다.

2025년이면 쇠퇴기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반대로 일본이 ‘잃어버린 50년’의 초장기 침체를 앞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이 근대화를 시작한 메이지유신(1868년)으로부터 1889년 헌법을 공포해 국가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20여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착안한 가설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이 새 시대로 전환하는데도 2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요시미 순야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현재 일본의 제도와 조직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잃어버린 30년'이 아직 20년 더 남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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