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구조개혁 외면하다 위기 맞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입력 2022-06-13 17:18   수정 2022-06-14 08:56

“청나라 말기와 닮았다”는 말까지 듣는 일본의 위기 상황은 남의 일 같지 않다. 경제대국 일본이 아편전쟁 패배로 서구 열강에 치욕을 당한 뒤 망한 청나라에 비유되는 것은 굴욕이겠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한경이 오늘(A10면)까지 20회에 걸쳐 연재한 ‘일본이 흔들린다’ 시리즈엔 ‘잃어버린 30년’을 불러온 일본의 민낯이 드러나 있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일본의 실패 원인은 시대 및 기술 발전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것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극심한 저출산·고령화에 시달리면서 경제 체질 개선과 산업구조 혁신을 미룬 아베노믹스의 패착이기도 하다. 돈풀기를 통해 금융완화·재정확장 정책에만 매달리느라 규제개혁과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이너스 금리가 가져다준 엔저에 취한 일본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등을 소홀히 하다가 반도체, 배터리, 5세대(5G) 통신 등 첨단 산업 주도권을 미국·한국·대만·중국 기업에 잇따라 내줬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엔저와 고유가는 치명타가 됐다. ‘나쁜 엔저’로 불리는 엔화 약세는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무역적자를 눈덩이처럼 키웠다. 지난해 일본은 7년 만에 최대 규모인 5조3748억엔의 무역적자를 냈다. 1980년 오일쇼크 이후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2012년 4만9175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만9340달러(세계 28위)로 쪼그라들었다. 1000조엔을 넘어 GDP의 256%까지 불어난 국채 잔액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악이다.

일본의 위기가 와닿는 이유는 한국도 고물가와 성장률 정체의 덫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0%에서 2.7%로 낮췄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4.8%로 높였다.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가운데 올 들어 무역적자가 138억달러를 넘어 쌍둥이(재정·경상수지) 적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의 고물가 충격에 어제 코스피지수는 3.5% 급락해 2500선 붕괴 직전까지 미끄러졌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1280원대로 올라섰다. 일본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한국이 더 빠른 속도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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