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변호사와 '프로보노'

입력 2022-06-15 17:45   수정 2022-06-16 00:03

얼마 전 한 TV 방송에서 라오스에 학교 20곳을 세우고 봉사활동을 하는 한 약사의 이야기를 봤다. 그는 10년 전 라오스 여행 중 머리에 부스럼이 난 아이에게 상비약 연고를 발라주고 잘 나았는지 확인하러 한 달 뒤 오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킨 것이 봉사의 시작이었다. 그는 약사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 처음에는 의약품을 나눠주다가 점차 마을에 길을 내고, 집을 짓고, 학교까지 만들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몸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늘 누군가를 돕고 싶었다’고 했다.

남을 돕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도 있지만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무수한 관계 속에서 집단을 이루며 싸우기도 하고, 의존하기도 하고, 또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멸종을 거듭한 예전 인류와는 달리 현재의 인류, 호모사피엔스가 멸종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가 ‘협력과 공생’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변호사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익을 얻는 전문직 중 하나지만, 다른 직업과는 달리 공익적 책무가 변호사법에 명시돼 있어 매년 20시간의 공익활동을 의무 이행해야 한다. 법률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7대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의 2021년 공익활동 시간이 1인당 평균 19.4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4.6시간 줄어들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면 활동에 제약을 받은 것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공익활동을 훨씬 늘린 곳도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팬데믹 영향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변호사들의 공익감수성이 예전보다 낮아졌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변호사업계는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환원하고자 다양한 프로보노(pro bono) 활동을 벌이고 있다. 법률 지식을 활용한 취약계층 공익 변호 등의 법률 지원은 물론 기부, 후원, 봉사 등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 변호사단체는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이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학문적 연구도 늘리고 있다. 율촌의 공익법인인 온율을 비롯해 대형 로펌들은 공익활동을 전담하는 사단법인을 설립해 체계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런 제도적 지원이나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에 앞서 변호사 각자가 선제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 훨씬 더 값어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과 속 씨는 셀 수 있지만, 씨 속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하나의 씨앗이 얼마나 많은 열매를 사람들에게 돌려줄지 모른다는 뜻이라고 한다. 공익활동이 그러하다. 지난해는 여러 제한된 상황에서 기대만큼 많은 공익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머지않아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넘치게 갚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알찬 사과가 주렁주렁 달릴 나무를 기대해 본다. 나부터 좀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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