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모든은 더 많은 사랑을 꿈꾼다 [작가의 책갈피]

입력 2022-06-29 09:57   수정 2023-05-04 16:35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의삶을 결정한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 많은 사랑의 모양이 있다. 소설가 은모든이 첫 연작소설 <우주의 일곱 조각>에서 이성애, 동성애, 무(無)성애까지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그려낸 이유다. 책은 소설 7편을 통해 30대 동갑내기 여성 세 명의 삶을 일곱 가지 버전으로 변주했다.

최근 서울 망원동의 서점 ‘작업책방 씀’에서 만난 은 작가는 “인간은 어차피 사회적 동물이고, 삶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사는 건 중요한 일"이라며 "다만 세상에 강렬한 이성 로맨스는 많은데 다른 형태의 사랑, 또는 연애나 사랑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서점은 매달 ‘이달의 작가’를 선정해 그 작가가 쓴 책과 좋아하는 책을 전시한다. 6월의 작가는 은모든 소설가다.


은 작가가 추천한, 타인이 쓴 책은 두 권이다. <보스턴 결혼>(에스더 D. 로스블럼·캐슬린 A. 브레호니 엮음, 봄알람)<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질 볼트 테일러 지음, 월북).


이 중에서 <보스턴 결혼>은 은 작가가 찾아 헤매던 '새로운 사랑 이야기'다. 부제는 '섹스 없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법'.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에서는 여성 두 사람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걸 두고 '보스턴 결혼'이라 불렀다. 이 무렵 나온 헨리 제임스의 소설 <보스턴 사람들>에서 유래한 말이다.

비혼 여성 간 동거가 늘어난 데는 역사·사회적 배경이 있다. 중산층 여성들이 차츰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 진출의 길이 열리자 여성들은 남편의 수입에 의존할 필요 없이 마음을 나눌 동거인을 찾았다.

책은 이런 질문을 남긴다. 보스턴 결혼을 한 두 여자는 어떤 관계일까. 연인일까 친구일까. 가족이 아니더라도 성애가 없는, 헌신적 사랑을 나누는 게 가능할까. 은 작가는 이 책을 추천하며 "여성이 친밀과 유대를 나누는 서사를 탐구해볼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사려 깊은 안내서"라고 말했다.


또다른 책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뇌과학자가 쓴 책이다. 과학 지식을 냉정하게 풀어냈을 거라는 섣부른 예측을 보기 좋게 빗겨간다. 뇌과학자가 중증 뇌출혈과 수술, 재활 과정을 직접 겪으며 경험한 것과 새롭게 알게 된 것을 썼다.

좌뇌의 언어 중추 세포가 망가진 저자는 사실상 유아 상태로 돌아가 모든 발달 과정을 다시 배워나가야 했다. 한쪽 뇌가 망가진 뇌과학자는 언어와 생각, 이성과 감성의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

은 작가는 "좌뇌를 다스려 불안, 질투,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활성화시키는 마음의 회로를 억제하는 방법 등을 논하는 2부가 특히 인상적"이라며 "명상이나 마음 챙김에 대해 과학적 시각으로 접근해보고 싶은 분들께도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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