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폴 뉴먼의 '롤렉스'에 아내가 새긴 한마디

입력 2022-06-17 17:48   수정 2022-06-17 23:41

“Drive slowly.(운전 천천히 해요.)”

할리우드의 전설 폴 뉴먼(1925~2008)이 차던 롤렉스 ‘데이토나 레퍼런스 6263’ 뒷면에 새겨진 문구다. 아내 조앤이 선물한 이 시계는 지금 막내딸 클레아의 손목 위에 놓여 있다. 정원 일을 할 때든, 말을 탈 때든 클레아는 아버지의 분신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롤렉스 데이토나는 시계 수집가들도 몇 년을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는 명품 시계다. 하지만 시계의 진정한 가치는 폴의 그것처럼 한 사람의 역사가 더해질 때 빛을 발한다.

《그 남자의 시계》는 사진가 겸 영화감독이자 세계적인 여행 전문 잡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의 남성 스타일 부문 편집자 맷 흐라넥이 쓴 76개의 시계 이야기다. ‘시계광’인 그가 명품 시계 수장고를 탐방한 뒷이야기, 유명 인사들의 시계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엮었다.

스마트 워치의 시대에 아날로그 시계의 의미는 오히려 깊어졌다. 저자는 “모든 시계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누가 소유하는가’에 따라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장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계는 찬 사람의 스타일과 성향을 세상에 보여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책은 롤렉스, 까르띠에, 예거 르쿨트르, 오메가, IWC, 브라이틀링 등 명품부터 카시오, 아베크롬비&피치, 스와치 등 패션시계까지 두루 다룬다. 브랜드 스토리가 아니다. 특정 시계에 얽힌 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계의 가치가 단지 가격으로만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카시오 ‘뉴 베드포드’를 20년간 찬 조각가 톰 삭스는 “사람들은 오메가 스피드 마스터를 차면 닐 암스트롱이 되는 줄 알지만 사실은 진짜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조각가의 직업 특성상 보호막을 단단히 두르고 어떤 상황에서도 시간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시계를 20년간 차왔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똑같은 시계를 찼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6개 시계 브랜드의 수장고 탐방기도 흥미롭다. 롤렉스 수장고에서는 모험가 프랜시스 치체스터가 226일간 세계 일주를 하며 찼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을, 까르띠에 수장고에선 최초의 비행기 조종사용 손목시계인 ‘까르띠에 산투스 두몽’ 등을 소개한다. 오메가 수장고에선 존 F 케네디가 취임식에서 찼던 시계를, 호이어에선 자동차 경주와 관련된 시계를 나열한다. 파리의 에르메스 수장고에선 1930년 제작된 시계를 공개한다.

책은 시계 마니아들에겐 소장 가치 높은 화보집에 가깝다. 불가리, 에르메스,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온 사진가 스티븐 루이스가 함께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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