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5)
음식을 신선하고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는 특히 여름철에 없어선 안 될 생활필수품이다. 우리 조상들에겐 냉장고는 없었지만 더운 여름에도 얼음을 보관할 수 있는 특수한 시설이 있었다. 바로 ‘석빙고(石氷庫)’다. 돌로 지은 얼음 창고라는 뜻이다.경주 석빙고(보물 제66호)는 1471년 만들어졌으며, 내부는 길이 14m, 폭 6m, 높이 5.4m 크기다. 땅을 깊게 파고 들어간 반지하의 화강암 건축물로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하고, 내부를 서늘하게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석빙고 지붕은 2중 구조인데 바깥쪽은 단열(열의 이동을 막음) 효과가 높은 진흙으로, 안쪽은 열전달이 잘되는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지붕 바깥쪽에는 잔디를 심어 태양열이 석빙고 내부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다.

또 얼음 사이에는 열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왕겨와 짚을 넣어 얼음이 녹지 않도록 했다. 얼음이 약간 녹았을 때는 융해열로 주변 열을 흡수해 왕겨와 짚의 안쪽 온도가 낮아지면서 얼음을 더 잘 보관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석빙고는 여름철에도 냉기를 유지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에 왕이 얼음을 보관하라는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석빙고는 경주 안동 창녕 청도 현풍 영산 해주(북한) 등 일곱 개로, 모두 조선 시대에 만든 것이다. 각각 보물 또는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석빙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자연의 순환 원리를 깨닫고 생활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소중한 과학문화유산이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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