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도쿄 추월 눈앞…"한국, 또다시 샴페인부터 터뜨리나"

입력 2022-06-19 13:25   수정 2022-06-19 13:59

강원도 편의점·전남 중소기업 최저임금, 일본 도쿄 추월 눈앞에
국내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 조만간 일본 도쿄마저 추월할 기세다. 물가상승을 빌미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요구가 3분의 1만 반영돼도 내년부턴 강원도 편의점이나 전라남도의 중소기업이 일본에서도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보다 많은 돈을 주고 사람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19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70원(8.4%) 이상 오르면 지역별 차등 임금을 적용하고 있는 일본 도쿄(1041엔)보다 최저임금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올해 국내 시간당 최저임금(9160원)은 엔화 기준 960엔 선으로 일본 전국 최저임금 평균(930엔)을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도 일본 47개 지방자치단체(도·도·부·현) 중 수도권인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제2 경제중심지 오사카부 등 3개 지자체 정도만이 한국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주고 있다.

한국에만 있는 주휴수당 제도(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20% 추가 지급)까지 감안하면 실질 최저시급은 1만992원(1132엔)으로 이미 도쿄의 지급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일본경제가 예전 같지 않고, 최근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이상 높은 일본보다 한국의 최저임금 부담이 커지는 것은 경제력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내년에 올해보다 2700원(29.5%) 오른 1만1860원의 최저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 4만6000달러대 독일의 지난해 최저임금(9.6유로·약 1만2932원)에 버금가는 액수다.

산업계는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이 41.5%나 오른 만큼, 추가적인 인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62%, 물가는 1.56% 오른 데 비해 최저임금은 연평균 7.25%나 뛰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2022년 최저임금이 10년 전(4580원)의 2배인 만큼 인상률이 같더라고 인상 폭은 2배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 5월 발족한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4차례에 걸쳐 전원심의위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논의했지만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 탓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자영업자와 경영계가 요구했던 ‘업종별 차등적용’ 요구도 지난 16일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부결됐다.
최저임금만 ‘극일’…“한국, 또다시 샴페인부터 터뜨리나” 이어지는 경고
올해 국내 최저임금(9160원·약 960엔)은 이미 일본 최저임금 전국평균인 930엔(약 8875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도요타자동차 등 대형 제조업체가 집결한 아이치현(955엔), 도쿄에 인접한 서비스 중심지 지바현(953엔), 세계적인 관광지 교토(937엔)도 ‘발아래’에 있다. 47개 일본 지자체 중 도쿄와 가나가와현, 오사카 정도만 최저임금이 한국보다 높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카드로 최저임금 인상이 지목되면서 지난 5년간 41.5%나 치솟은 결과다. 여전히 경제력이 앞서는 일본보다 최저임금이 높아진 것을 두고 “외환위기 직전처럼 샴페인부터 터뜨리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만 ‘극일(克日)’
19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적용되는 도쿄도의 최저임금은 1041엔(9931원)이다. 일본의 47개 지자체(도·도·부·현) 중 단연 높다. 그런 도쿄의 최저임금도 한국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엔 높은 수준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노동계 요구(1만1860원·29.5% 인상)의 3분의 1만 반영돼도 체감뿐 아니라 명목상으로도 한국 전역이 도쿄보다 높게 된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한국에 가장 먼저 따라잡힌 ‘극일(克日)’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일 최저임금 역전에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에 최근 급격하게 진행된 엔화 약세가 큰 몫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5년간 국내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이 41.5%로 일본(13%)보다 세 배 이상 인상 속도가 빠른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주요 7개국(G7)보다 최대 7.4배나 높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최저임금은 이미 일본 4위권 수준에 도달했다.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고치현과 오키나와현(820엔·약 7823원)에 비해선 1300원 넘게 높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일부 제조업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경제력에서 일본이 앞서는 만큼,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704달러로 세계 26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3만5196달러로 29위였다. 일본 경제가 기울었다지만 여전히 5000달러 가까이 일본의 소득이 높다.

문제는 경제력 대비 과도하게 높은 ‘가분수 최저임금’ 현상이 해소되긴커녕, 더욱 심화할 상황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61.2%로 주요 7개국(G7) 평균(49.2%)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5.2%)보다 월등히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1.8달러로 미국(73.4달러), 독일(66.9달러)은 물론 OECD 평균(54.0달러)이나 일본(48.0달러)보다도 크게 낮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5년 노동생산성과 최저임금을 100이라고 보면, 2021년 노동생산성은 110.7인 반면 최저임금 수준은 156.3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외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올린 4대 보험료와 공휴일 유급휴일화 정책도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더욱 크게 느끼는 요인이다.
성장 발목 잡는 최저임금
경제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의 불협화음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계에 타격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대기업은 9.87%인 반면 중소기업은 17.79%에 달한다.

현행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벅찬 업체도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1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321만5000명으로 이를 전체 임금근로자로 나눈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15.3%다.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2001년 4.3%에서 20년 만에 11%포인트 치솟았다. 일본(2%), 영국(1.4%), 미국(1.2%) 등에 비해 크게 높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고용감소로도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에 비해 2021년 34만4000명이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은 21만9000명 증가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부담금을 합치면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1만2000원에 달한다”며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상승을 자극한다면 임금과 물가가 상호 간 상승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최저임금도 버거울 정도”…물가 잡으려면 최저임금부터 잡아야
다락같이 오른 최저임금에 중소기업계와 자영업자들은 “현재 수준도 버겁다”며 발을 구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난, 코로나19 사태 등 연이은 대외악재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체력을 잃은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2곳 중 1곳(46.6%)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할 경우 고용을 감축하겠다고 응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직원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42.6%는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했다. ‘1%∼5% 미만 인상 시’와 ‘5%∼10% 미만 인상 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경우도 각각 11.2%를 차지했다. 사실상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부담이 턱밑까지 찬 상황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도 한계상황’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점이 주목된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중소기업의 절반(50.3%)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에 24%가 ‘현재도 한계상황’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의 40.0%가 한계상황이라고 응답해 가장 비율이 높았다. 숙박·음식점업(28.4%)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16.7%인 78만 가구가 ‘적자가구’로 집계됐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가격상승을 촉발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홍성길 편의점주협회 정책국장은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을 올린다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르니까 비용이 올라서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최저임금이 올라도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17.6%에 그쳤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59.5%)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자영업도 과반수가 넘는 56.2%가 동결 또는 인하를 촉구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상승을 더욱 악화시키고 영세 자영업자는 한계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서도 커지는 비판의 목소리
“‘임금 덤핑(Lohn-Dumping)’을 막아라.”
독일은 올 10월부터 12유로(약 1만6133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지난해(9.6유로) 대비 25%나 파격적으로 뛰는 것이다. 앞서 독일은 올 1월에 최저임금을 9.82유로로 올렸고, 7월에 다시 10.45유로로 인상한다. 7월 대비 10월 인상률도 14.8%로 역대 최대치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이처럼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게 된 데에는 에너지와 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 및 구 동독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도 명분으로 삼았다.

사회민주당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정 집권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최저임금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을 도입했던 독일은 2018년까지 8유로대 최저임금을 유지했고,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에 결정된 2020년 최저임금(9.19유로)까진 9유로대 초반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독일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독일경영자단체인 BDA의 슈테펜 캄페터 총재는 “국가가 개입해 과도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노사 간 단체교섭의 자율성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공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잔 페르실 전 직장협의회 위원도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이 레스토랑과 미용실, 꽃집 등에서 일하는 저임금 근로자들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렉산드라 페도레츠 독일경제연구소(DIW) 연구원도 “독일이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거들었다. 크리스토프 슈뢰더 DIW 선임연구원도 “과거에도 최저임금의 도입 및 인상이 상대적 소득 빈곤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며 “여러 연구에 따르면 12유로로 인상하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은 △직업훈련을 마치지 않은 18세 미만의 청년 △직업훈련생(연령 불문) △장기실업 후 고용된 후 6개월 미만인 자 △인턴십 등 다양한 최저임금 적용 예외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독일처럼 광범위한 적용 예외를 두지 않고 오직 정규직에 한해 3개월 수습 기간만 10% 감액을 허용할 뿐이다. 직업훈련생, 외국인 근로자 등이 초기 생산성이 높지 않을 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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