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평정…디자이너 여성복의 '진격'

입력 2022-06-22 17:19   수정 2022-06-23 02:16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5060 여성에게 인기가 높았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백화점 ‘명당’을 채운 효자들이었다. ‘이상봉’ ‘손정완’ 같은 브랜드가 그랬다. 이들은 디자이너 겸 최고경영자(CEO)를 전면에 내세워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하는 브랜드는 3~4개에 불과하다. 디자인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으로 비용 통제 등을 소홀히 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랜드가 적지 않다.
2세대 디자이너 브랜드 활짝
패션시장에서 한동안 미미하던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의 존재감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부터 되살아나는 추세다. 코로나19가 잦아들 것을 예상한 디자이너들이 일찌감치 브랜드 론칭에 나서면서 시장이 뜨거워졌다.

22일 여성 의류 특화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이곳에 입점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7500여 개로 2019년 말 6000여 개에서 1500여 개 늘어났다. 이 플랫폼의 디자이너 브랜드 수는 2020년에 바닥을 찍은 뒤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마뗑킴(사진), 마르디 메크르디, 인스턴트 펑크가 요즘 인기를 끄는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다. 이들은 큼지막한 로고와 독특하면서 트렌디한 디자인, 화려한 색감 등으로 젊은 직장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 것을 예상한 직장인들이 다시 사무실에 출근하면 입을 격식 있는 의상을 찾은 게 영향을 미쳤다. 마뗑킴은 2020년 4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00억원으로 다섯 배로 불어났다. 올해는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섬의 시스템, 타임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여성복 브랜드가 없던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배들 명성 넘을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의 CEO들은 SNS 등을 활용해 소비자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다.

김다인 마뗑킴 대표, 박화목 마르디 메크르디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업을 시작한 사례다.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에 매일 사진을 올려 소비자와 소통하는 자칭 ‘인스타광’이다. 매일 수백 통의 다이렉트메시지(DM)에 직접 답한다.

그는 1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자산 삼아 패션사업을 시작했다. 동대문에 사입(구매대행)했던 의류를 SNS에 올린 게 인기를 끌기 시작해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SNS를 통해 파악한 국내외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바로 상품에 반영하는 게 성공 포인트”라고 말했다.
투자금도 몰려
패션시장에서 벌어지는 인수합병(M&A)의 무게중심도 최근 1년 새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로 바뀌었다. 2020년까지는 디스이즈네버댓, 널디, OIOI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작년부터는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패션플랫폼 무신사는 여성복 브랜드 인수를 위한 150억원 규모 펀드를 지난 7일 조성했다. 2년간 20여 개 여성복 브랜드에 투자할 예정이다. 마뗑킴은 하고엘앤에프의 투자를 받았고, 인스턴트 펑크는 광고회사 디렉터스컴퍼니에 매각됐다.

이들은 조만간 백화점 등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패션플랫폼에 여성복 브랜드가 난립해 온라인에만 의지해선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제품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출 100억원대에서 성장이 멈춘 브랜드가 상당수”라며 “투자금 수혈에 성공해야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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