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4)는 그동안 연장전을 네 차례 치렀다. 세 번 이겼고, 한 번 졌다. 박민지에게 유일하게 ‘연장 패배’를 안긴 대회가 2년 전 이맘때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었다. 당시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이글을 기록한 김지영(26)에게 밀렸다.
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린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2’ 최종 라운드 연장에 들어갔을 때, 박민지는 2년 전 연장 승부를 떠올렸을까. 상황은 그때와 비슷했다. 박민지는 3m 버디퍼트를, 박지영(26)은 2m 버디퍼트를 남겨놓은 상황. 결과는 반대였다. 박민지는 “‘이걸 넣지 못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들어갔다”며 웃었다.
KLPGA투어 통산 13승으로, 김효주(27)와 함께 역대 공동 4위에 올랐다. 이 부문 1위는 20승을 거둔 고(故) 구옥희와 신지애(34)다. 첫 승을 거둔 뒤 13승을 쌓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2개월10일로 김효주(9년5개월4일), 장하나(8년4일)를 능가한다.
이제 박민지는 국내에선 그 누구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되고 있다. 상금왕(6억3803만원), 대상 포인트(351점), 다승왕(3승), 평균타수(69.9타·1위) 등 모든 타이틀이 그의 손에 있다. 세부적으로 그린적중률(78.9%·5위), 평균퍼팅(29.93타·19위), 드라이버 비거리(241야드·41위) 등 모든 분야에서 약점을 찾기 힘든 ‘올 라운드 플레이어’다.
박민지를 넘사벽으로 만든 두 번째 요인은 ‘강철 멘탈’이다. 연장전 승률(80%)이 말해준다. ‘승부사’ 김세영(29)의 연장전 승률(75%)보다 높다. 웬만한 선수들이 다 받는 멘탈 트레이닝을 안 받는데도 그렇다.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잊고 눈앞의 목표에만 집중한다. 또 승부를 즐긴다. 박민지는 “연장전을 좋아한다. 연장에 가면 2등은 확보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끈기도 남다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체대 축구 전공 대학생들과 똑같이 체력 훈련을 받았을 정도다. 박민지는 “매일 10㎞ 넘게 뛰었다”며 “그때 훈련량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해냈는지 저 스스로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마지막 퍼즐은 적절한 휴식이다. 박민지는 “시즌이 끝나면 한 달 이상 클럽을 잡지 않는다”며 “스트레스 받을 때 맛있는 것 먹고 수다를 떨면 골프에 더 집중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골프를 평정한 박민지는 다음달 2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세계랭킹 18위 자격으로 나간다. 박민지는 “과거에 비해 LPGA투어 진출에 대해 전향적으로 바뀐 건 사실”이라며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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