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환자, 움직이는 삶 살도록"…기술개발 후 창업까지 한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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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29 19:00   수정 2022-08-02 14:38

"마비환자, 움직이는 삶 살도록"…기술개발 후 창업까지 한 의대 교수

"하반신 또는 전신 마비 환자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와이어젠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마비 환자들이 신체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 그들이 스스로 움직일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25만∼50만명이 척수 손상으로 인한 마비를 겪고 있다. 통상 교통사고, 추락, 폭행 등으로 척수 손상을 입은 마비 환자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명확한 치료 방법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막막한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사업에 뛰어든 한 의사가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높은 신경 재생 효과를 내재한 '다기능 인공 신경도관'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다기능 인공 신경도관' 기술 상용화를 위해 열을 쏟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단국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면서 동시에 ㈜와이어젠의 수장을 맡고 있는 현정근 대표(사진)다.

사업에는 문외한이었던 의대 교수가 2017년 '와이어젠'이라는 연구소기업을 설립한 계기는 간명했다. 환자 치료를 위해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할 회사가 마땅찮아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부터 진행한 조직 재생 관련 연구 중 신경 재생 기능을 내포한 신경도관을 개발해냈다"며 "이 기술을 상용화할 회사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환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 자체적 사업화뿐이라고 판단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현 대표는 단국대 내 교수팀 주도로 2014년부터 5년간 다기능 인공 신경도관 기술을 개발했다. 보건복지부 미래융합의료기기 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그는 2017년 5명의 연구원, 변리사, 정밀기계 제조회사와 함께 '와이어젠'이라는 연구소기업을 설립해 벤처 인증을 받았다.

"말초신경 손상 또는 척수손상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신경 접합, 이식 등의 방법이 있으나 재생률과 치료 성공률에 한계가 있어요. 일반 신경도관의 경우 대부분 속이 빈 형태로 신경 재생 효과가 없거나 기존 자가 이식에 비해 낮은 신경 재생률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대표는 내부가 비어있는 기존의 빈 파이프 모양 인공 신경도관 내부에 절단된 신경의 축삭이 보다 효과적으로 자라는 미세 및 나노구조를 도입했다. 그는 와이어젠의 '다기능 인공 신경도관' 기술은 타종을 불허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 대표는 "와이어젠의 신경도관은 내부에 미세 구조를 지닌 형태로 만들어 자가이식 이상의 신경 재생 효과를 구현했다. 신경 재생 인자와 치료제를 결합해 지지세포 포함 말초신경의 재생 효과를 더 높였다"면서 "말초신경은 물론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신경도관을 만들어낸 것도 차별화된 성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와이어젠은 말초신경 절단과 척수 완전 절단 모델 돼지에 각각 개발된 다기능 인공 신경도관을 이식한 뒤, 미세채널 내부로 말초신경과 척수신경이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현 대표는 "동물실험(비임상) 연구 당시 척수가 완전히 절단된 돼지에 신경도관을 넣었을 때 마비됐던 뒷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평생 다리를 쓸 수 없던 돼지가 자신의 의지로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증명된 유의미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타사 대비 제품 경쟁력이 큰 만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와이어젠 신경도관은 경쟁 제품 대비 우수한 재생 효과, 높은 안전성, 원가 절감 방식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 융복합 치료제 기술 확장성이라는 확실한 비교우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단기간 내 '마켓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구상 중이다. 현 대표는 "국내외 제약 및 의료기기 회사와 전략적 제휴, 국내외 전문의가 참여하는 멀티 센터(Multi center) 임상 진행을 통한 허가에 속도를 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유럽 진출을 계획 중이다. 국내 및 해외 재생 치료제 개발 관련 회사들과 투자회사를 통한 적극 투자 유치로 전략 실행에 필요한 비즈니스 예산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발명진흥회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신경도관 시장 규모는 국내 2300억원, 미국은 3조4000억원, 중국 91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운동 훈련 및 시합, 전쟁 등으로 부상을 입는 환자까지 감안하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와이어젠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미국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과 임상 승인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현 대표는 "올해 하반기 식약처, FDA에 기술문서를 제출해 2023년 상반기에 IND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며 "그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주요 병원과 임상 계약을 체결해 말초신경 및 척수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6년 상반기까지 임상을 마치고, 하반기에 식약처 혁신 의료기기 허가와 FDA 판매 허가를 획득해 2027년 국내외 시장에 제품을 동시 발매하는 것이 와이어젠의 최우선 목표다.

현 대표는 "'다기능 인공 신경도관' 기술 상용화는 전 세계 마비 환자의 생활을 바꿀 시작점"이라며 "현재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활 치료의 한계는 더 이상 신경학적으로 개선되는 상태가 아니란 것이다. 그 한계를 뛰어넘어 오직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치료에 도입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게 와이어젠의 존재 이유이자 도달하려는 목표"라고 역설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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