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방서 탄생한 아래아한글 SW…'디지털 한글'시대 열었다

입력 2022-06-27 15:30   수정 2022-06-27 15:54


한글은 초성과 중성, 종성을 사용해 1만 개 이상의 문자를 만들어낸다. 인류가 고안한 문자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오늘날 한글과컴퓨터를 있게 한 ‘한컴오피스 한글’은 이런 한글 창제의 과학적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 워드프로세서다. 각각의 자모를 조합해 하나의 글자를 만드는 조합형 문자코드를 사용한 최초의 소프트웨어(SW)로 ‘디지털 한글’의 시대를 열었다.
○하숙방에서 탄생한 한글 1.0
한글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9년 4월이다. 서울대 동아리인 컴퓨터연구회에서 만난 이찬진(전 한컴 대표) 김택진(엔씨소프트 대표) 우원식(전 엔씨소프트 CTO) 김형집(전 엔씨소프트 부사장) 등이 하숙방에서 “편리한 한글 프로세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지 6개월여 만에 한글 1.0이 나왔다.

당시 도스(DOS) 운영체제(OS)에서도 한글을 쓸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프로세서들은 글자를 미리 만들어 컴퓨터에 기억시켰다가 키보드를 통해 입력된 글자와 대조해 이미지가 일치하는 것을 내보내는 완성형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미리 입력한 글자 2350개만 구현할 수 있었다. 가령 똠방각하와 펩시콜라를 입력하면 각각 또M방각하와 페P시콜라로 표현됐다.

당시 한글은 한글 초성·중성·종성을 조합해 만들 수 있는 1만1172자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뿐만 아니라 옛 한글까지도 구현할 수 있었다. 국가 표준이던 두벌식 자판은 물론 공병우 박사가 고안한 세벌식 자판도 지원해 기존 워드프로세서와 차별화했다. 한컴 관계자는 “한글을 기점으로 한글은 쓰는 시대를 지나치는 시대로 전환됐다”며 “사람들은 책상에 놓인 흰 종이가 아니라 컴퓨터 화면을 보고 키보드 자판기를 두드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살려낸 한글
한글은 DOS가 설치된 어떤 PC에서도 쉽게 한글을 입력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한글 첫 번째 버전이 나온 다음해인 1990년 10월 9일 한글날 한글과컴퓨터가 정식으로 설립됐다. 1993년 국내 소프트웨어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1996년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한때 한글의 워드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했다.


한글 덕분에 한국은 ‘MS 워드’가 장악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시장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불법 복제가 만연하고 외환위기까지 닥치면서 부도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한컴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한글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을 내걸었다. 당시 경영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한글 이용자와 한글학자, 벤처기업가를 중심으로 ‘한글 살리기 운동’이 벌어졌다.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1만원의 가격으로 한글을 1년간 쓸 수 있는 사용권을 판매하는 ‘한글 815’ 버전이 출시돼 200만 장 가까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오피스 SW로 해외 시장도 공략
한글이 30년 이상 사용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글 문서 작성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식 문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각종 표와 서식을 만드는 데는 다른 프로세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편하다는 평가다.

한컴은 워드프로세서를 넘어 오피스 소프트웨어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2016년 내놓은 한컴오피스 네오(NEO)는 MS 오피스와의 호환성과 다국어 버전의 제품, 문서 번역 기능 등을 앞세워 MS 오피스의 대체제로 관심을 얻었다. 2014년부터는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한컴오피스 웹도 내놨다. 한컴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30% 이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며 국내 시장을 지켜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PC, 모바일, 웹에 이르는 풀 오피스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한컴은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구독형 서비스 도입 등 한컴오피스의 서비스 모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외 주요 기업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자체 서비스 대중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홀딩스를 통해 글로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SDK(소프트웨어개발키트) 분야까지 확장함으로써 기술 중심의 서비스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기존 사업 및 신규 사업들을 더 탄탄한 데이터 분석 기반에서 육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역량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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