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출렁일 때마다 시선 끄는 LPG

입력 2022-06-28 15:06   수정 2022-06-28 15:07


국내 승용차에 LPG(액화석유가스) 엔진이 공식 적용된 차량은 1977년 12월 출시된 기아 브리사다. 그전에도 LPG 엔진으로 개조한 택시가 1만 대 이상 도로를 달렸지만, 600대를 제외하면 모두 불법이었다. 1976년 전국 택시 2만9000대 가운데 40%가 불법 개조된 LPG 차량인 터라, 정부도 손댈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LPG 엔진의 승용차 탑재가 허용됐고, 첫발을 뗀 완성차 업체는 기아였다.

당시 영업용 운송 시장에서 LPG 엔진 수요가 급증한 것은 휘발유 가격이 폭등해서다. 1974년 석유파동으로 휘발유 가격이 L당 148원일 때 LPG 가격은 부탄 87원, 프로판 121원으로 저렴했다. 운송 사업자들은 LPG 엔진 사용을 거세게 요구했고, LPG 차량이 영업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완성차 업체들도 LPG 차량을 잇달아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1982년 마크V LPG를 내놨다. 새한자동차(한국GM의 전신)도 중형 고급차 ‘로열’에 LPG 엔진을 적용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중형차에 LPG 엔진이 대거 탑재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 회장이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외국인의 방한 증가에 대비해 택시 중형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 중형 택시는 새한차의 로열 LPG 등을 포함해 201대에 불과했다.

이런 흐름을 포착한 현대차는 중형 세단 스텔라를 1983년에 내놨다. 새한차를 인수한 대우자동차는 1987년 로열 차량의 듀크 트림(세부 모델)에 LPG 엔진을 적용했다. 기아도 1988년 콩코드에 1.8L LPG를 탑재해 중형 영업용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LPG 엔진은 고유가를 등에 업고 소형 트럭과 레저용 차량(RV) 시장으로 확대됐다. 특히 국제 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LPG 차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1994년 기아의 1t 와이드 봉고와 승합차를 시작으로 현대차의 1t 포터 LPG도 비슷한 시점에 등장해 운송 사업자들이 유류비를 절감하는 데 보탰다.

저렴한 연료에 매력을 느낀 승용차 운전자 사이에서도 LPG 모델 수요가 높아졌다. 게다가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1997년엔 자가용 LPG도 허용했다. 현대정공이 7인승 싼타모 LPG로 시선을 끌었고, 곧이어 기아 카렌스와 대우차 레조까지 미니밴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차는 갤로퍼와 스타렉스 등에도 LPG 엔진을 얹었고 심지어 갤로퍼는 9인승에도 LPG 엔진을 적용했다.

LPG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 들어 유류세가 부족했던 정부는 수송용 LPG 가격을 최고 7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고, LPG 엔진을 쓰는 차종도 세단으로 제한했다. 아울러 2004년엔 경유를 활용한 세단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자 기름값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경유 승용차를 구매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이유로 경유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자 대안이 필요했던 정부는 2019년 LPG 사용 제한을 대부분 풀었고, 소형 트럭에는 보조금까지 지원하며 LPG 확대 정책을 폈다. 기아의 1t 봉고 LPG가 최근 시선을 끄는 배경이다. 르노코리아 QM6, 현대차 스타리아, 기아 K8 등에도 LPG 엔진이 새로 추가됐다.

또 QM6 LPG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LPG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 LPG가 곧 등장할 예정이다.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시대에 LPG 전성시대가 다시 올지 모를 일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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