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 없어야"…중소기업 대표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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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6-28 18:25   수정 2022-06-28 18:34

"입법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 없어야"…중소기업 대표의 호소


더불어민주당의 납품단가 연동제 현장 간담회를 찾은 한 중소기업 대표가 "(현실에 대한)고려가 없는 입법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대기업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중소기업계의 '숙원'이라 불리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하겠다는 민주당 의원들 앞에서 중소기업 대표가 선한 의도로부터 나올 수 있는 부작용에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꺼내든 것이다.

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28일 경기 안산의 반월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을 찾아 한국중소기업중앙회 및 현지 중소기업인들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허석 한남산업 대표는 발언권을 청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18개월 동안 생산하는 제품의 평균 원자재 가격이 75% 정도 인상됐다"며 "1차 하청업체(벤더)가 원청업체에게 인상된 가격을 받아내고, 다시 2차 밴더는 1차 벤더에게 인상된 가격을 받아야 그 말단에 있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인들도 제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섣부른 입법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법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그로 인해 눈물을 흘리게 되는 사람이 있는지 꼭 봐달라"며 "강력한 법을 만들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보다는 꼭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이모저모를 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다.

허 대표가 수혜가 예상되는 법안에 대해 '규제 도입의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스스로가 규제 도입의 피해를 본 당사자기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한남기업은 종업원 3명, 매출 21억원(2019년 기준)의 중소기업으로 건축물 외벽재 등으로 사용되는 스티로폼 단열재를 생산하고 있다.

허 대표에 따르면 이 산업은 국토부의 건축자재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 도입에 따라 업황이 크게 위축됐다.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무기질 단열재에 각종 검사가 면제된 것과 달리 중소기업에서 주로 만드는 유기질 단열재에는 검사 비용이 가중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상실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허 대표는 몇몇 동료 기업인들과 정부의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찾았으나 "좀 일찍 오시지 그랬나. 이미 법이 제정돼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중소기업들은 정치권과 정부가 무슨 규제를 만들었는지 바로 알기 어렵고, 알게 되더라도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8년부터 입법 논의가 있었으나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대에 부딪혀 매번 무산됐다.

논의와 무산을 거듭하던 법안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됐고, 국민의힘 측에서도 당론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연내 도입이 확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허 대표의 우려대로 납품단가 연동제가 졸속 입법 될 경우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납품단가가 유의미하게 인상되더라도 그 수혜는 공급망의 상단에 위치한 1,2차 벤더 등만 누리고 말단에 있는 중소기업들에겐 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에만 존재하게 될 이 제도에 대응해 원청사들이 물량을 해외로 돌리면 오히려 국내의 고용 및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 시장기능을 훼손하고, 기업의 기술혁신 및 원가절감 유인을 없앤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허 대표님의 말씀대로 좋은 의도로 만든 법안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디테일을 놓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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