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겨진 침체 신호…다음 위기 실적·유동성 [조재길의 글로벌마켓나우]

입력 2022-07-02 07:33   수정 2022-07-15 00:3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그동안의 낙폭이 과도했다는 심리가 팽배했습니다. 전날 마감한 올 상반기 지수 상승률(S&P500지수 기준)은 1970년 이후 52년만의 최악으로 기록됐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1.06% 오른 3,825.33, 나스닥지수는 0.90% 상승한 11,127.85, 다우지수는 1.05% 뛴 31,097.26으로 각각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발표된 경기 지표들은 미 경제의 침체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줬습니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0으로, 전달의 56.1과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54.3을 모두 밑돌았습니다. 2020년 6월 이후 2년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S&P글로벌의 6월 제조업 PMI 확정치 역시 52.7로, 2020년 7월 이후 최저치였습니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실시간 추적하는 애틀랜타연방은행은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췄습니다. 전날 마이너스 1.0%(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예상했으나 이날 마이너스 2.1%로 더 떨어뜨렸습니다.

이 정도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낮아지면, 공식적인 침체(recession)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미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88%로 전날보다 13bp(1bp=0.01%포인트) 낮춰졌습니다. 2년 만기 금리는 연 2.84%로 전날 대비 8bp 하락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한 10년물 금리가 더 밀리면서 장·단기 국채 금리간 스프레드가 좁혀졌습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일드 커브 플래트닝)가 진행됐습니다. 침체 신호가 더 커진 겁니다.

특히 널뛰기하는 국채 금리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 국채 수익률은 1787년 이후 234년만의 최악으로 기록됐습니다. 안전한 투자 수익을 추구해온 글로벌 연기금의 충격이 작지 않습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간은 이날 “경기 침체가 위험할 정도로 가깝다”고 진단했습니다. JP모간은 그동안 미 경제 및 증시 전망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해 왔습니다.

JP모간은 새로 발간한 투자노트에서 올해 미국의 분기별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습니다.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1.0%로, 3분기 전망치를 2.0%에서 1.0%로 각각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4분기엔 다시 1.5%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JP모간의 마이클 퍼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침체가 진짜 가깝게 다가온 것 같다”며 “다만 올해까지는 확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소비가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하지만 기업들이 공격적인 감원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퍼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4분기엔 자동차 생산량이 다시 증가하고 인플레이션도 둔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이 “앞으로 증시의 최대 위협은 유동성 위기가 될 것”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주고라도 채권 발행을 하지 못할 경우 결과는 뻔하다는 겁니다. 그는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인물입니다.

엘에리언 고문은 “미 중앙은행(Fed)이 질서 있게 기준금리를 올릴 기회를 상실했다”며 “스스로 최악의 함정에 빠진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경기 부양책을 또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까지 부진해졌다”며 “둔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엘에리언 고문은 지난달 3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선 “Fed가 미 경제의 경착륙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상반기엔 금리 인상 위험이 증시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며 “지금은 경기 침체 공포가 만연해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민주당 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서입니다.

서머스 교수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소득 감소에 따라 자연스러운 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침체를 맞은 뒤 결국 물가가 둔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머스 교수는 작년부터 미 중앙은행(Fed)과 정부에 각을 세워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주장은 틀렸으며, 시장 예상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머스 교수의 진단이 맞았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관전평입니다.

서머스 교수는 “Fed는 단호한 긴축 태도를 견지해야 하지만 결국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인플레 목표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 2.0%를 살짝 넘는 수준입니다. 침체 후 소비가 둔화하고, 기업들이 상품·서비스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란 논리입니다.

그는 “침체가 시작되면 Fed가 긴축 속도를 조금 늦출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가 급락을 예측한 뒤 대규모 공매도 전략을 취해 큰 돈을 벌었던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창업자는 “시장 혼란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버리 창업자는 트위터에 “올 상반기의 증시 급락은 다양한 압력 때문이었다”며 “증시 하락세가 이제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상반기 S&P500지수는 실제로는 25~26%, 나스닥지수는 34~35%, 비트코인 가격은 64~65% 떨어진 셈”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추락하면서 추가 하락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버리는 지난 5월에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그는 “현재의 증시 환경이 2008년과 매우 유사하다”며 “증시 낙폭은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최대 상장기업인 애플에 대해 공매도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접고 상승 반전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67달러 오른 배럴당 108.4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60달러 상승한 배럴당 111.6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날의 ‘글로벌마켓나우’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연기금 ‘멘붕’…234년만 최악 채권 손실 ② 노무라 “내년 미·유럽·한국 침체…1년 넘게” ③ “사실상 파산 코인거래소 많다” ④ 다음주 의사록·고용지표 등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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