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주인들이 교류하는 단단한 커뮤니티 만들 것"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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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06 02:37   수정 2022-07-08 00:23

"강아지 주인들이 교류하는 단단한 커뮤니티 만들 것" [긱스]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다. 동물은 그렇지 않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동물을 잃고 나서 가장 마음 아파하는 대목이다. 병원 한 번 데려가 보지 못하고, 혹은 데려갔을 때는 너무 늦어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이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서로 많이 안다고,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안다고 여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몰랐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강윤모 모모프로젝트 대표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슈나우저 품종의 개 두 마리를 키웠는데, 엄마와 아들 관계였다. 2018년 2월, 아들 ‘강이’가 10살에 갑작스레 죽었다. 심장병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불과 5개월 후 어미 ‘깜모’도 13세에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두 번째에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둘이 같은 심장병으로 죽었는데 아프다는 표시를 전혀 하지 않아서 마지막에야 알게 되었죠.”

‘왜 내가 이들이 갈 것을 몰랐을까.’ 그는 워커홀릭이었다. 정치와 관련해 여러 서비스를 개발했고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꽤 알려진 인물이었다. 일을 많이 해서 강아지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커졌다. 우울증도 왔다. 심리 상담을 1년 반 가량 받았다. “머릿속이 텅 빈 상태가 되어서” 일도 그만뒀다.
◆ ‘진짜 문제’를 찾아 끊임없는 방향 전환
그러나 그를 일으켜 세운 것도 다시 일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만드는 게 강 대표의 전공이었다. 두 마리를 잃은 과정을 되짚으면서 처음 생각한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혈액검사 서비스 결과를 설명해주는 서비스. “동물병원에 강아지를 데려가면 일단 혈액검사를 해요. 말을 못하니까, 견주들이 그것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그런데 해설지가 영어로 돼 있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수의사가 동그라미 쳐서 설명해주면 끄덕끄덕 하지만 사실은 정보가 너무 부족한 겁니다.”

2019년 여름, 해설지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각 항목별 의미와 검사 결과를 간단하게 우리말로 설명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무료로 제공해서 약 300명이 사용했다”고 했다. 사용자들에게 서비스가 어땠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그러면 뭘 먹여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 제일 많이 쏟아졌다. 혈액검사 결과에 맞는 것을 먹이고 싶은데, 수의사가 특별한 추천을 하지 않았다면 일반 견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저도 비타민을 뭘 먹이면 도움이 될지 고민했고, 공진단을 먹여 보기도 했어요. 많은 견주들은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리고 먹는 것만큼은 견주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그걸 어떻게 바꿔보려고 하죠.”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사료의 영양 성분과 원료 등을 분석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서비스를 약 6000명이 썼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이것은 이런 성분이고, 이런 특징이 있고.. 이렇게 사용자에게 보여주었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반응이 많았어요. 어떤 성분에 대해서는 수의사마다 생각이 다른데, 좋다 나쁘다 논쟁만 생길 뿐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는 답답하죠.”

강 대표는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외로운 일이기도 해요. 아기를 키우는 일은 정부도 있고 지원기관도 있고 모르면 물어볼 곳이 있는데 강아지는 마땅치 않거든요. ‘강아지 육아’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가 착안한 것은 ‘남들은 강아지를 어떻게 할까’였다. “강아지를 어떻게 키우는지 묻는 게 아니라 일단 너의 강아지를 자랑해 봐, 한 다음에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해 주면 어떨까 했어요.” 때마침 그 무렵 페이스북 등에서 ‘내 강아지를 소개합니다(meet my dog)’ 챌린지가 있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데 자기 강아지를 소개하는 글이 50만건이나 쏟아지더군요.” 곧바로 ‘meetmychallenge’ 관련 도메인부터 샀다.


모모프로젝트는 지난 달 프리 베타버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8년 두 강아지를 잃고, 2019년 이 경험을 극복할 사업을 구상했고, 약 2년 반 만에 혈액검사 결과 분석, 사료 분석, 사료 추천에 이어 네 번째 서비스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는 빠른 방향 전환(pivot)에 아주 익숙해 보였다. “데이트 상대를 찾는 틴더에 빗대어 ‘강아지 틴더’를 만들 계획”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내 강아지의 명함을 만들게 하면 데이터를 예쁘게(정돈된 형태로)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어느 지역에 있는지를 파악하면 같은 지역의 같은 견종, 같은 취향의 강아지들끼리 연결해 줄 수 있죠.” 강 대표는 통통 튀듯이 말을 이어갔다. 스타트업을 여러 차례 해 본 사람만의 노련함, 속도감이 느껴졌다.
◆ 2년에 한 번 꼴로 새 서비스 선보인 ‘에너자이저’
강 대표를 ‘모모프로젝트 대표’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부족하다. 37세의 강 대표는 이미 스타트업 업계에선 ‘고인물’ 취급을 받는다. 특히 정치 관련 서비스 개발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 모모프로젝트를 1개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지난 10년간 벌써 다섯 번째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이는 셈이다.

그는 대학 시절 프랑스어를 전공했던 전형적인 문과생이다. 엔지니어도 아니고 코딩을 직접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문과생의 전형적인 취업 경로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기 길을 찾았다. 특히 언론사와 공기업, 컨설팅회사 등의 인턴십 과정에서 ‘환상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했다. 영어를 잘 해서 여러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영어 과외교사로 일하거나 대형 포럼의 통역을 맡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가 보였다. “사람이 사업을 해야 돼, 그런 생각이 들었죠. (웃음) 정말로 ‘나는 엄청 큰 문제를 풀어야 돼’ 하고 생각했어요.”

2011년 그는 ‘소모임’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300만명 가량이 사용한 서비스다. “월화수목금토, 월급 한 번도 받지 않고 그냥 일했어요. 틈이 나면 나가서 술을 마시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죠.” 그 다음에는 ‘우리동네 후보’ 서비스, ‘누드 대통령’ 서비스, ‘박근핵닷컴’ 등을 줄줄이 선보였다. 특히 후보별 선거공약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우리동네 후보 서비스는 미국에서 정치인들이 내놓는 공약, 이들이 결정한 정책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해 글로벌 유니콘이 된 한국계 스타트업 피스컬노트에 팔렸다. 강 대표는 피스컬노트의 한국 지사장을 3년간 맡았다.



주로 정치 분야의 서비스를 많이 만든 것은 그의 아버지가 시의원을 16년이나 맡았던 경험에서 비롯한다. “선거운동을 계속 했기 때문에 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그 판에서 뭔가 이상한 부분을 정보기술(IT)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우리동네 후보는 특히 그런 경험이 많이 녹아든 서비스였어요.”

모모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피스컬노트 한국 지사장 자리는 특히 바빴다. 미국 워싱턴DC에 분기마다 가고, 홍콩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을 수시로 오갔다. 갑작스러운 강아지들과의 이별은 강 대표의 삶을 잠시 멈추게 하는 계기였다.
◆ “2년 이상 계획하지 않는다” 빠른 의사결정이 장점
그는 ‘문제해결 전문가’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상대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하면 저는 ‘이혼해’ 하고 말하는 식이었어요.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듣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고요. 친구들이 문제를 겪고 있으면 문제를 정의하고, 왜 그런지 분석하고, 고쳐야 할 행동 단계를 제시하곤 했죠.” 단점도 있겠지만 스타트업 분야에서 그가 물 만난 고기처럼 세상을 누비고 다니는 이유가 됐다.



강 대표는 “나는 2년 이상 계획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모모프로젝트는 한국과 미국 LA에 7명의 팀이 있고 팀 때문에 2년을 버티며 네 번째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라며 그는 “나아갈 미션과 방향성은 있지만, (몇 년 후에 대한) 자세한 계획을 세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루를 잘 살고, 일주일을 잘 살고, 한달을 잘 살고, 일년을 잘 살면 돼요. 먼 미래의 일을 자세하게 계획해서 그대로 진행하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그만큼 일할 때는 집중을 잘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런 강 대표의 성격과 일하는 방식을 잘 아는 이들이 이미 스타트업 업계에는 적지 않다. 그의 이력과 역량을 믿어주는 벤처캐피털(VC)도 많다. 그가 이 서비스가 잘 될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모모프로젝트는 올 초 미국 VC인 굿워터캐피털과 한국 VC 스마일게이트에서 각각 시드 투자를 받았다.

강 대표의 남편은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다. 콘서트를 VR로 감상하는 서비스로 37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강 대표 관점에서 보면 스타트업 업계에 먼저 발을 들인 것은 강 대표이지만 성장은 남편이 더 빨리 한 셈이다. 강 대표는 “남편이 ‘스린이(스타트업+어린이)’ 고생이 많네, 열심히 해’ 그렇게 격려해 준다”며 웃었다.

강 대표는 모모프로젝트를 미국에서 성공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는 "미국 반려동물 수는 1억3500만마리에 이르고, 관련 시장 규모도 130조원 수준으로 한국에 비해 훨씬 크다"며 "같은 지역, 같은 종류의 강아지 주인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뮤니티가 잘 조성되면 향후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일을 계속 새로 시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뽕 맛’”이라고 경쾌하게 답했다.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할 때 느끼는 그 ‘뽕’이 있거든요.”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다.

실리콘밸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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