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지사 "200만 강원도 시대 불가능하지 않아"

입력 2022-07-10 17:21   수정 2022-07-11 00:12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1일 0시 도청 강원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근무자를 격려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번듯한 취임식을 치를 수도 있었지만 ‘불필요한 관행은 없앤다’는 소신으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1호 업무 결재는 ‘강원특별자치도 추진단 설치 및 운영계획’. 강원특별자치도는 628년 만에 얻은 강원도의 새 이름이다. 내년 6월 정식 출범한다. “자나 깨나 강원특별자치도”라는 김 지사는 자치도를 통해 규제를 풀고 기업을 유치해 임기 내에 지금보다 30% 늘어난 인구 2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5일 강원도청에서 김 지사를 만나 도정 운영 비전과 철학 등을 들어봤다.

▷12년 만에 보수당이 도정을 탈환했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당내 공천에서 컷오프당했다가 어렵사리 기사회생했고, 본선도 만만찮았습니다. 본선 상대가 거물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여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주위에서 많은 분이 함께 걱정해 줬고, 무엇보다 도정을 바꿔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바꾸고 싶은 게 적지 않을 듯한데요.

“물론입니다. 고치고 손질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도지사 취임하면서 ‘적폐청산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을 일일이 평가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4년 시간이 다 가게 됩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지난 도정의 잘한 부분은 인정해주고 앞으로 저는 제가 잘할 일에 집중하겠다. 그래도 예외적인 것은 있습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매각과 레고랜드 계약과 관련해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두 건은 신중하게 보고 있습니다. 민·형사의 법적 책임까지 불거질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좋다 좋다 하다가 잘못되면 제가 책임을 다 뒤집어쓸 수 있는 사항입니다. 지금까지 불거진 문제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강원도민을 기만한 것이어서 그냥 넘어가기 힘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임 최문순 지사 때 체결된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건에 대해서는 의도적 헐값 매각과 허위보고 논란이, 영국 멀린사와의 춘천 레고랜드 개발사업 계약 건은 전례 없는 불공정 계약이 도마 위에 올라와 있다.

▷임기 내 200만 강원도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이 인상적입니다. 지금보다 인구를 30% 늘리겠다는 것인데 가능할까요.

“저의 야심 찬 공약입니다. 그게 강원도의 비전과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강원도 인구가 200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줄고 있어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154만 명입니다. 이런 추세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대한민국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데 어떻게 강원도만 그렇게 늘릴 수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가 수도권이 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를 수도권에 편입시키자는 얘기인데 전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핵심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입니다. 수도권 주민이 강원도를 같은 수도권으로 인식하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를 더 확충해 수도권과 거리를 1시간 내외로 좁히면 인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요새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주 3~4일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세컨드하우스가 아니라 원하우스라도 그냥 근교로 생각하고 이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엄마들을 유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교육, 문화 등 정주 여건을 잘 조성해야겠지요. 그래서 삼성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한국경제신문이 제안한 ‘1.5주민제’(주말 주민에 농가주택 비과세 혜택 등을 제공하는 인구 유입 방안) 등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삼성전자가 굳이 강원도에 반도체 공장을 두려고 할까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저는 왜 강원도는 안 되냐고 묻고 싶습니다. 지금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경기 이천에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는 원주 부론 국가산단 후보지는 거기서 30㎞밖에 안 떨어져 있습니다. 경기도 끝 쪽은 되고, 거기 붙어 있는 강원도는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반도체교육원 등 단기 교육과정을 만들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고 규제도 풀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강원도는 환경·군사 등 규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강원도는 군사, 상수원, 농지 등 모든 분야에 안 걸리는 규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강원특별자치도입니다. 자치도의 핵심은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중앙이 지정한 규제를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첩된 규제를 다 없애고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기업이 일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죠.”

▷제주특별자치도는 16년이 됐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습니다. 논란의 영리병원도 결국 무산됐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반면교사’입니다. 그래서 중앙부처 규제 권한을 위임받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아직 특별자치도법 조항이 23개밖에 안 됩니다. 거기에 권한 위임을 채워넣어야 합니다.”

▷공약 142건 중 8건을 철회한다고 했는데 ‘10세까지 육아수당 지급’ ‘대학무상교육’ 등 무리한 공약이 아직 많이 보입니다.

“선거 후 찬찬히 검토한 결과 공약을 이행하면 오히려 도민에게 피해가 갈 게 있었습니다. 도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잘못을 시인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2차로 몇 개 더 공약 구조조정을 할 생각입니다. ‘선거 끝나니 바로 딴소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나머지 공약은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10세 육아수당과 대학무상교육 등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지급 대상이 줄어들고 있어 적은 돈으로도 많은 혜택이 가능한 공약들입니다.”

▷공약 중 설악 오색케이블카 추진을 1호 예산사업으로 꼽았습니다.

“오색케이블카는 ‘아주 상징적인 강원도의 역사’입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하나 놓겠다는데 40년간 환경 보전 등을 이유로 한발도 못 뗐습니다. 이제 근거 없는 환경 보전 지상주의는 사라져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저도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공약으로 냈습니다. 저는 케이블카를 하나 더 설치할 생각입니다. 내설악 쪽을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반발이 계속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큰 틀에서 좀 더 이해하고 협조해줬으면 합니다.”

▷한국은행 본점 이전도 공약하셨는데요.

“역시 난도가 있는 공약이죠. 지금 금융기관들이 지방 이전을 준비하는 데서 힌트를 얻어 만든 공약입니다. 조사해 보니 한국은행도 과거 지방 이전을 계획했더라고요. 법을 바꿔야 하지만 벌써 포기하면 안 되죠.”

▷검사, 재선 국회의원에 이어 도지사가 됐습니다. 임기 1년 후면 대선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단식 투쟁까지 벌이며 어렵게 왔습니다. 또 취임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189개나 되는 도내 각종 위원회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삼성전자 사장은 언제 만나야 할지, 강원도특별자치도법 내실화를 위해 누구부터 만나야 할지 그런 생각밖에 없습니다.”

▷4년 후 임기를 마치면서 인터뷰한다면 어떤 헤드라인을 기대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김 지사 때부터 강원도에 사람이 다시 몰려들었다’, ‘김 지사 임기 동안 인구 유턴이 일어났다’ 이런 제목이면 좋겠군요.”

△강원 춘천(58)
△춘천 성수고,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
△28회 사법시험 합격
△춘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
△19~20대 국회의원
△변호사김진태법률사무소 대표
△국민의힘 강원도당 춘천·철원·화천·양구 당협위원장


정리=임호범 기자/김병언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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