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편입생', 사회배려자 전형은 과연 '공정'한 일인가

입력 2022-07-11 17:07   수정 2023-04-27 09:42

두산아트센터가 제작한 ‘편입생’(사진)은 미국의 한 명문대학에서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편입생을 뽑는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올해 ‘공정’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두산인문극장 기획 시리즈 중 하나다. 미국 극작가 루시 서버의 작품으로 2018년 뉴욕에서 초연해 “교육 시스템의 불평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다뤘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국내 초연으로 2020년 두산연강예술상을 받은 윤혜숙이 연출을 맡았다.

주제는 교육 불평등이다. 같은 빈민촌 출신인 클라런스(김하람 분)와 크리스토퍼(최호영 분)는 지역인재로 선발돼 명문대 편입 시험을 치른다. 둘 중 뽑힐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 작은 모텔방에서 다음날 면접을 준비하는 두 사람은 각자 선발되기 위해 자신의 불행을 얼마나 알려야 하는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지 등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하이라이트는 두 사람 중 누구를 뽑을지를 두고 둘을 추천한 시민단체 직원 데이비드(조의진 분)와 면접관 로지(공상아 분), 조지아(이지현 분) 등이 토론을 벌이는 장면이다. ‘누구를 뽑는 것이 공정에 가까운가’에 대한 주제의식이 이 장면에 압축돼 있어서다. 객관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학생을 뽑는 것이 공정인지를 놓고 데이비드와 조지아가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관객들은 ‘기준을 넓히는 것’과 ‘기준을 무너뜨리는 것’ 중 어느 것이 정의로운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비좁은 무대 연출로 주제 의식을 극대화한다. 교수와 면접을 보는 면접실, 면접관이 회의하는 회의실 모두 상당히 비좁은 공간이다. 좁디좁은 세계에서의 짧은 면접과 회의로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리는 모순을 지적했다.

이는 곧 불우한 이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만 하는 현실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윤혜숙 연출자는 “이 작은 세계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큰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경은 이국적이지만, 주제가 보편적이어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공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다.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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